서지현, '성추행·인사불이익' 안태근에 소송냈지만 패소

입력
2021.05.14 11:10
2018년 1월 성추행 폭로 이후 1억 손배소 제기
안태근 '인사 불이익 준 혐의' 지난해 무죄 확정
"청구 시효 소멸... 재량권 남용했다 보기 어려워"
서지현 "판결 결과 누가 납득하겠나" 항소 방침

서지현 검사가 자신을 강제추행하고 인사 불이익까지 줬다며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안 전 국장의 강제추행 행위에 대해선 "청구권 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인사 불이익 행위와 관련해서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서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대원 판사는 14일 서 검사가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서 안 전 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고 2015년 8월 경남 통영지청으로 발령하는 인사 보복까지 당했다"고 주장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안 전 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 검사 폭로 이후 안 전 국장은 공소시효가 지난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하고,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대원 판사는 이날 안 전 국장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선 청구권 시효가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청구권 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다. 김 판사는 "서 검사 주장처럼 안 전 국장이 강제추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서 검사는 2010년 10월쯤 손해 및 가해자를 이미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지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대원 판사는 안 전 국장이 성추행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부당한 인사조치를 지시했다는 서 검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관련 형사사건 재판 결과 등에 비춰보면 안 전 검사가 인사 담당 검사에게 (서 검사에 대한) 인사안을 지시한 것은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들고, 그러한 지시가 부적절하다고 볼 여지가 있긴 하다"고 전제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안 전 국장이 인사안 작성을 지시했다 하더라도, 검사 인사안 작성에는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고 다양한 인사기준과 업무평정, 인력수급상황 등 여러 고려사항이 반영된다"면서 "안 전 국장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음이 명백하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 검사는 판결이 나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해자의 추행사실, 추행사실을 감추기 위해 이례적이고 부당한 인사를 한 사실, 이러한 부당한 인사가 인사원칙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인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절차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고, 민사상 불법행위도 아니라는 판결을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라면서 항소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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