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워싱턴에서는 한때 '단임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 돌았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없어졌다.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극복, 경제 정상화, 정치·사회 분열 완화, 미국의 지도력 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말이면 미국인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백신 접종이 가능해진다. 한때 15%로 솟았던 실업률은 6%로 내려왔다. 초등학생 등교율도 50%를 넘었다. 사회 전반이 빠른 속도로 정상을 찾고 있다. 시진핑 주석까지 초청하여 기후변화정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국제적 리더십도 회복하고 있다.
100일을 넘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미국 학계와 언론은 후한 평가를 준다.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 대통령과 비교도 하고, 1960년대 '위대한 사회'를 주창한 존슨 대통령에 견주기도 한다.
그러나 "더 나은 미국을 만들자(Build back better)"는 바이든의 구상은 만만치 않은 정치 여건 속에서 실현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의회 내 민주당의 우세는 미세하다. 하원은 218대 212로 겨우 6명 더 많으며, 상원은 50대 50으로 나뉘어 있다. 중간선거 전망도 불리하다. 민주당 유력 하원의원 3명이 은퇴를 선언했고, 최소한 5명은 상원으로 옮기려고 나선다. 거기다 내년에는 선거구 재조정이 있다. 10년마다 오는 선거구 조정은 주지사와 주의회의 권한에 속한다. 여기서는 27대 23으로 공화당이 우세하다. 역사적으로는, 1870년 이래 30여 중간선거에서 5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통령 소속당이 5석 이상을 잃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지지도를 높여 놓아야 할 부담이 크다. 다행히 바이든이 제출한 3대 핵심 법안에 대해 여론은 우호적이다. 이달 초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 보도에 따르면, 1.9조 달러 긴급지원법은 70%, 계류 중인 2.3조 달러 인프라·제조업법과 1.8조 달러 아동·가족법은 55% 전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 법안에 대한 지지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옮겨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취임 후 일관되게 54% 수준에 정지해 있다. 중국, 이민, 총기규제 분야의 부정적 반응이 강하다. 바로 트럼프 지지층의 관심사들이다. 민주당이 다수를 잃지 않으려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중서부 '저학력·백인·남성'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한다. 이민과 총기규제는 민주당 지지층에게도 민감한 주제인 만큼, 내년으로 가면서 중국에 대한 각종 제재,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 등 중국 때리기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왜 미국이 다시 나서야 하는가?'라는 포린어페어 기고문에서, "미국의 세계 GDP 25%와 동맹국 25~30%를 합치면 중국도 쉽게 넘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맞이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이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달 스가 일본 총리를 맞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언론은 공동성명에 대만이 언급된 사실에 주목했지만, 바이든의 관심은 오히려 '21세기 기술동맹 선언'에 있지 않았을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우리 정부가 바라는 방향과 거의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것이라 한다.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기반으로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추진하는 대로 의견이 모아진다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에 균형을 맞추어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 사항을 어떻게 반영할지,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