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대표부 "백신 지재권 면제, WTO 타당성 보여줄 기회" 강력 호소

입력
2021.05.14 09:26
타이 대표, WTO·제약사에 연일 압박과 호소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일시 면제를 설득하는 데 연일 힘을 쏟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구촌의 요구에 부응할 기회라며 국제사회에 압박과 호소도 병행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제약회사 등 모든 이해 당사자를 고려해 지재권 협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WTO는 164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 구조라 빨리 행동하거나 합의에 도달한 사례가 많지는 않다”며 “이번 논의는 WTO가 인류를 위해 존재의 타당성을 보여줄 기회”라고 강조했다.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는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WTO에 제안하면서 첫 걸음을 뗐고, 최근 100여개 회원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단체 300곳이 뜻을 모으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백신의 특허권을 보호하는 WTO의 무역 관련 지재권 협정(TRIPSㆍ트립스)을 변경하려면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그간 지재권 면제를 반대해 온 미국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자 최근 찬성으로 돌아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개도국들은 즉각 환영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등은 지재권 면제가 백신 생산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먼저 백신 수출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역공도 펼쳤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기술 유출 우려 가능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타이 대표는 전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제약사들을 향해 지재권 면제 동의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에겐 지금 당장 세계를 구해야 할 총체적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 기업들에게 보내고 싶다”면서 “우리가 지금 완수하려고 하는 건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제약사들은 지금 영웅이 될 수 있다”며 거듭 힘을 실었다. 타이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에 백신 제조 기술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생명을 구하고 세계를 되돌려 놓을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