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에 살어리랏다"… 김정은의 각별한 '원산 사랑' 이유는?

입력
2021.05.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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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거진 정글처럼 베일에 싸여 있는 북한 사회 탐험을 시작합니다. 친절한 가이드로 여러분의 5분을 '순삭'해보겠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에서는 평양에서 동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항구도시 원산에 때아닌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소유한 요트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원산 별장 일대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전날까지 계류장에 정박해 있던 60m 길이의 대형 요트가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서인 듯 바닷가로 옮겨졌다고 11일 전했습니다.

이 대형 요트는 2013년 김 위원장 초청으로 원산을 방문했던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로드먼은 당시 귀국 직후, 영국 일간 더선 인터뷰에서 "여객선과 미국 디즈니랜드 유람선을 섞어 놓은 모습이었다"고 묘사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수영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고도 했습니다.

요트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규모나 시설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동선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NK뉴스에 따르면 이 배가 원산 별장 주변 사진에 찍힌 건 2017년 이후 총 19번입니다. 이 중 15번이나 김 위원장의 원산 일대 방문 시기와 겹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원산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김여정 “난 평양, 오빤 원산서 태어나”

김 위원장은 틈만 나면 특별열차나 전용기를 타고 원산으로 향합니다. 유년시절 추억이 많은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 출생지는 상당 기간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 실마리는 우연찮은 기회에 풀렸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한을 찾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향을 묻는 최문순 강원지사에게 "나는 평양에서 태어났고, 오빠만 강원 원산에서 태어났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재일교포 출신인 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가 처음 밟은 북한 땅도 원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시절 김 위원장은 원산의 해변에서 뛰어놀고,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스위스 유학 시절에도 방학만 되면 원산 해변가로 돌아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김정일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 등이 전했습니다. 신병 이상설이 돌았던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은 측근들과 원산에 머물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뜸할 때마다 '원산 피신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北 ‘사회주의 지상낙원’ 선전 거점이었는데…

2012년 집권한 김 위원장은 고향 원산을 제2의 평양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개발을 선언한 것입니다. 원산은 잦은 자연재해와 경제난으로 척박해진 북한 땅에서 드물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낸 곳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북한 해변에 대포를 배치하는 대신 관광지로 개발하자"면서 원산을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길게 뻗은 백사장 '명사십리'를 중심으로 호텔과 리조트, 워터파크 등을 짓고,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게 김 위원장 구상이었습니다. 관광산업으로 경제 재건과 '사회주의 지상낙원' 선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었죠.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때 외신 기자단을 굳이 15시간 거리의 원산까지 불러모은 것도 홍보를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태풍 피해 복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등 여파로 일정이 계속 지연됐고, 지금은 완공 여부조차 불투명합니다.

군사적 중요성도 무시 못해… SLBM 잠수함 시찰?

김 위원장이 원산을 아끼는 이유 중에는 비행장과 항구를 갖춘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제 김 위원장의 원산 현지지도 중 상당수는 경제가 아닌 군사 행보였습니다. 원산 일대에서 열린 대규모 화력 훈련과 타격 시험을 참관하며 대미·대남 무력시위를 벌인 게 대표적입니다.

원산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90분가량 가면 해군기지가 있는 신포에 도착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에 김 위원장이 원산 일대를 찾을 경우, 신형 탄도미사일잠수함 진수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가 이뤄질지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최근까지 신포조선소에서는 선박 개조와 수리에 필요한 부유식 드라이독의 이동과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의 발사관 수리·교체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시점에 북한이 섣부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더 실립니다. 이제 막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났고,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북한이 바로 도발에 나서기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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