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도 없는 '발암물질' 카드뮴, 주민 몸 속에만 5배 ... '청주 소각장 미스터리'

입력
2021.05.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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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이 밀집된 충북 청주 북이면 일대 주민들의 체내 카드뮴 농도가 평균보다 최대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년 반 넘게 진행된 조사에도 소각장과 지역 주민의 높은 암 발생률 간의 역학적 관련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청주 소각장' 문제는 소각장 인근 지역주민에 대한 첫 건강영향조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던 사안이다.

환경부는 13일 충북 청주시 북이면 사무소에서 '소각시설 주변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2019년 북이면 주민들은 인근 소각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암이 많이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북이면 일대에는 우진환경개발(1999년), 클렌코(2001년), 다나에너지솔루션(2010년) 등 3개의 소각시설이 몰려 있다. 주민들 요구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은 충북대 의대와 한국유로핀즈분석서비스에 의뢰, 2019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우선 소각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배출 허용 기준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이옥신,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중 벤조(a)피렌 등 배출 허용 기준 대비 0.15~9.3% 수준으로 확인됐다. 카드뮴은 검출되지 않았다. 북이면 대기 중 다이옥신, 벤조(a)피렌, 카드뮴 등의 농도 또한 다른 지역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토양을 조사했더니 여기선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게 검출됐다.

그런데 주민들의 생체 내 유해물질은 비정상적으로 높게 검출됐다. 주민들 소변의 카드뮴 농도(2.47㎍/g-cr)는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3.7~5.7배에 달했다. 카드뮴은 이타이이타이병, 생식 기능 저해와 불임 등을 불러올 수 있는 1군 발암물질이다. 또 2-나프톨(PAHs 대사체)의 농도(6.14㎍/g-cr)도 평균보다 약 1.8배, 유전자 손상지표(요중 8OHdG 농도 9.35㎍/g-cr)도 대조 지역(7.65㎍/g-cr)에 비해 높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소각시설과 거리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변 중 카드뮴 농도가 더 높게 검출됐고, 카드뮴 농도가 높게 측정될수록 유전자 손상지표(요중 8OHdG 농도)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2019년, 2020년 두 차례 조사에도 소각장 배출구에서 카드뮴이 검출되지 않은데다, 반감기가 20~30년으로 상대적으로 긴 토양에서도 카드뮴이 낮은 수준을 보인 점을 고려할 때, 소각시설과 인체 카드뮴 농도 간 인과성이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소각시설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혈액암(비호지킨림프종)이나 폐암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역학적 인과성은 인정하지 않되, 좀 더 장기적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 환경부는 "2007년 이후 소각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길게는 10년까지 잡아야 하는 암 잠복기를 고려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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