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도 거침 없는 에이브럼스 “평시 땀 흘려야 전시에 피 안 흘려”

입력
2021.05.13 14:00
한국 이름 ‘우병수’ 선물 받아
“한미동맹 일원 돼 좋았다”

조만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고별사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평소 열악한 주한미군 훈련 여건과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연합훈련) 축소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평시에 땀을 흘려야 전시에 피를 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병수(禹柄秀)'라는 한국 이름을 고별 선물로 받았다.


"한미동맹 목표는 분쟁을 방지하는 것"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동맹재단이 주관한 환송 행사에서 "어떠한 잠재 적대 세력도 대한민국 방위를 위한 우리 결의를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북한이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는 한, 우리는 확실한 연합방위태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소 불만을 제기했던 연합 실사격 훈련 등을 언급하며 "이런 도전적이고 복잡한 동맹 현안을 이성적으로 접근해 철통 같은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목표는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미가 한창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논의에 분주했던 2018년 11월 부임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훈련 축소와 주민 반발로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등에서 주한미군 훈련이 제한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선 곤란하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평택 우씨' 시조로 명예 시민증도 받아

한미동맹친선협회는 역대 주한미군사령관이 임기를 마칠 때마다 한국 이름을 지어주는 전통에 따라 에이브럼스 사령관에게는 '우병수'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한국 이름의 성(姓)인 우(禹)는 에이브럼스의 ‘이응(ㅇ)’에서 따왔고, 본관은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으로 정했다. 평택 우씨 시조(始祖)가 된 셈이다. '근본과 권력'을 뜻하는 병(柄)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향후 어떤 자리에 있든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결정을 내려달라는 의미를, '빼어나다'는 뜻의 수(秀)는 대한민국 안보와 한미동맹 강화에 빼어난 역할을 했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는 평택시로부터 명예시민증도 받았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국에서 받은 영예와 한국 이름 우병수, 평택 명예시민증을 자랑스럽게 갖고 가겠다"면서 "그동안 유일무이한 한미동맹 일원이어서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에이브럼스 장군과 대한민국의 안보 및 한미동맹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부친과 형의 뒤를 이어 한국과 맺은 특별한 인연과 우리들의 우정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부친인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전 미 육군참모총장은 6ㆍ25전쟁 당시 미 1군단과 9군단에서 참모장교로 근무했고, 육군 대장 출신인 작은형 존 넬슨 에이브럼스는 1993년 경기 의정부 소재 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서 근무해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의 큰형도 육군 준장으로 예편해 '별 13개 가문'으로도 불린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후임으로 지명된 폴 라카메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후보자의 미국 의회 인사청문회 인준 절차까 끝나는 다음달에 전역해 고향인 미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갈 예정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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