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속 연예인들은 밝은 얼굴로 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주량을 밝히고, 애주가 면모를 드러낸다. 출연진은 그의 말에 환호한다. 술을 잘 마신다는 사실이 훈장처럼 느껴질 정도다. 흡연에는 엄격하면서 음주에는 관대하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배우 고은아는 애주가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오전부터 빈속에 술을 마셨다. 낮술에 행복해했고, 요리를 만들면서도 음주를 했다. 술을 마시는 고은아의 모습을 보며 출연진은 "저런 행동은 습관에서 나오는 거다" "근육이 스냅을 기억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모델로 활동 중인 마오는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에서 주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5, 6병 정도 마신다"고 밝혔다. 다른 출연진은 감탄하더니 "함께 마시자"고 말하기도 했다. 술에 대한 이야기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
SBS FiL '외식하는 날 at Home'에서 이채영은 동료 배우들과 회식을 했던 때를 떠올리며 "강은탁 오빠가 '그만 먹자. 내장이 쏟아져 나올 듯하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창자가 쏟아져도 술은 원샷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주량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에는 "2박 3일"이라고 답했고, 그의 말을 들은 출연진은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음주에 환호하는 스타의 모습, 애주가 면모를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연예인의 모습은 술의 해로움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 시청자들 중 음주에 대한 가치관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술을 끊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주(禁酒) 희망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인 네티즌은 연예계 애주가들이 출연하는 '신과 함께'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술을 참기) 너무 힘들었다"며 "술의 위험성이 희석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예능에서 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도 있겠지만, 엄청난 주량을 자랑하고 이에 대해 환호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제작진들도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