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70억 사용' 민선식 YBM 회장… 대법 "죄 묻기 어려워"

입력
2021.05.13 10:28
외국인학교 '실질적 경영자'지만
학교 설립자 신분 아니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 적용 못해
대법, 전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대법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외국인학교의 교비 수십억 원을 전용한 혐의를 받는 민선식(62) YBM홀딩스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학교의 ‘실질적 경영자’인 민 회장이 교비 전용에 관여한 건 맞지만, 그가 ‘학교 설립자’는 아닌 탓에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한국외국인학교(KIS) 서울·판교캠퍼스 이사장이던 민 회장은 2012년 2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판교캠퍼스 교비 70억원 상당을 학생들 교육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제 민 회장은 모교이자 자녀 3명이 다닌 미국 하버드대에 2,700여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는 등 자녀가 수학한 학교, 자신이 임원인 단체에 기부·후원 명목으로 교비 9억3,000여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판교캠퍼스 신축 당시 발생한 학교건물 공사비 대출금을 갚는 데도 60억여원을 사용했다. 교비는 법적으로 정해진 용도 외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민 회장은 KIS 서울·판교캠퍼스 설립자인 자신의 외숙모 A씨가 이사직을 사임한 후, 감독관청에서 ‘설립자 변경 인가’를 받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관련법상 외국인학교는 외국인이나 비영리외국법인, 학교법인만 설립 가능함에 따라, 두 학교는 외국 국적인 A씨가 설립인가를 받고 이사장에 취임해 학교를 운영했다. 하지만 A씨가 2009년 1월 이사장직에서 사임한 후엔, 민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1심은 민 회장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이 교비회계 용도를 엄격히 제한한 건 학생 수업료 등으로 조성된 자금을 학교 교육에 사용되도록 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피고인은 이를 개인적인 기부·후원이나 다른 학교 설립 등에 사용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2심도 ‘교비 전6용’ 혐의를 유죄로 봤으나, ‘설립자 변경인가’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월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사립학교경영자란 사립학교의 실제 내부 운영이 어떠하든 간에 감독관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거나 설립자 변경인가를 받아 사립학교법 등 각종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실질적 경영자에 불과한 민 회장은 사립학교법 위반 시 처벌 대상인 ‘사립학교 경영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인(개인)이 세운 KIS는 교비 자금의 소유주가 학교법인이 아닌 설립자 개인이기 때문에, 민 회장은 자신이나 가족 자산을 처분한 셈이라 검찰이 그에게 횡령죄를 적용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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