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도 선생님도 "코시국 수업 너무 힘들어… 얼굴 보고 싶다"

입력
2021.05.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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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대 교수 90% "비대면 수업 힘들다"
교사들도 "설명기계·잔소리꾼 된 것 같아 걱정"
열악한 환경서 공부하는 제자 생각에 노심초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두 번째 스승의 날(5월 15일)이 돌아왔지만, 초중고교 및 대학 어디에서도 스승과 제자가 자유롭게 얼굴을 맞대는 일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학교를 떠나 있는 학생들을 비대면으로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수업을 안타까워했고 화면 너머로 확인되지 않는 학생의 안부를 걱정했다.

코로나 시대 스승은 쉽지 않다

14일 서울대 인문대에 따르면 이 단과대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진행된 비대면 수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문대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일상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육 역시 여러 지장을 겪어야 했다"면서 "대학교수들이 비대면 수업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지를 분석해 원활한 교육 방법을 탐색하고자 이번 연구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설문에는 인문대 전체 전임교원의 60% 수준인 109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교수의 90%는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에 비해 어려웠다고 답했다. 가장 큰 애로점으로는 '질의응답·토론 등 상호작용(70.6%)'과 '수업 내용 습득 확인(63.3%)'이 꼽혔다. 연구책임자인 전종호 언어학과 교수는 "인문대 수업은 서로 대면해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니, 달라진 수업 환경이 교수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거나 수업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은 일부러 화상카메라를 끄고 수업에 임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교수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급변한 교육 환경에 고군분투하는 건 공교육 현장의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처음으로 교편을 잡은 중학교 교사 A씨는 한 반 학생이 10명을 조금 넘는 정도라 매일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업은 생각보다 어려운데, 마스크가 아이들 표정을 가리다 보니 눈만 보고 반응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때로는 학생들이 자기를 '잔소리꾼'으로 여길까 걱정된다. A 교사는 "거리두기 해라, 마스크 똑바로 써라 등 일상화된 잔소리가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방해되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경력 20년차 교사 B씨는 지난 1년간 자신이 '설명 기계'가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은 학습 동기 부여가 가장 힘들다"며 "집에 있다 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운 학생들은 학생대로, 화면을 통해 학생 표정을 하나하나 읽어야 하는 선생님들은 선생님대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비대면 수업은 학생 참여가 제한적이라 아쉬움이 크다. 경기 지역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C 교사는 모둠수업을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그는 "모둠수업을 하면 옆 친구와 협동하면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등 장점이 많은데, 지금은 그걸 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과학을 가르치는 D 교사도 "과학은 실험과 모둠수업이 꽃인데, 이를 영상으로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하루 빨리 얼굴 보고 싶다"

스승은 하나같이 어려운 수업 환경에서 공부하는 제자를 걱정했다. 김지현 서울대 인문대 기획부학장은 "학생마다 가정 환경이 다르다 보니 형제들과 PC나 태블릿을 공동으로 쓰거나 그마저도 없어 휴대폰만으로 어렵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다"며 "이런 수강 여건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 교사는 "다문화가정 학생 중 한국어를 능숙하게 못하는 아이들이나, 온라인 수업 참여 방법을 여전히 익히지 못한 아이들은 수업 이해가 어렵고 자칫하다 점수도 깎인다"며 "특히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오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B 교사도 "학생간 학업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듯해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A 교사는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을 요청하자 이렇게 답했다. "코로나 끝나면 그간 못간 체험학습, 수련회를 대신해 학교에서 소소하게 맛있는 음식이라도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다 나오는 사진도 찍고 싶어." 선생님들은 오늘도 소망한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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