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간 대규모 유혈 충돌이 격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 측 전투기 공습과 팔레스타인 측 로켓포 반격이 이어지며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전면전 비화 조짐에 유엔과 백악관이 양측에 무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는 10일 밤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전투기 공습에 대응해 로켓포 200여 발을 발사했다. 하마스는 “민가를 노린 이스라엘군 공습의 대응으로 텔아비브를 향해 110발, 남부 도시 베에르셰바를 겨냥해 100발의 로켓포를 쏘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의 공격 대상 지역에는 이날 새벽 공습 사이렌이 울렸고 주민들은 방공호로 대피했다.
하마스뿐 아니다. 가자지구의 다른 무장 조직 ‘이슬라믹지하드’(PIJ)도 이날 “적의 민간인ㆍ건물 공격에 따른 보복으로 오늘 오전 5시 로켓포 100발 등 강력한 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보복의 빌미는 주거용 13층 건물을 무너뜨린 이스라엘군의 전날 타격이다. 이 조직은 해당 공격으로 고위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했다.
10일 본격화한 양측 간 교전에는 전투기 80대(이스라엘)와 로켓포 1,000여발(팔레스타인)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 정도로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1일 “이번 공습은 맛보기일 뿐”이라고 경고하자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가 “이스라엘이 원한다면 확전도 준비됐다”고 응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의 테러 조직은 아주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가자지구 경계에 기갑ㆍ전차 부대를 증강했다.
애꿎은 건 민간인들이다. 가자지구에 쏟아진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조카를 잃은 압델 하미드 하마드는 11일 로이터통신에 “아이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우리가 뭘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11세 소년인 조카는 피습 당시 집 밖에서 나뭇가지를 줍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떠올리는 건 7년 전 기억이다. 2014년 7, 8월 ‘50일 전쟁’ 때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2,000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무함마드 알 마스리(22)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군인ㆍ민간인 구분 없이 폭격이 퍼부어지던 때 같았다. 아무 잘못 없이 죽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충돌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여성ㆍ아동 13명 등 43명, 이스라엘에서는 아동 1명 등 5명이 각각 사망한 것으로 AP통신은 집계했다.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비공개 대책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중동특사 토르 베네스랜드는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막을 책임이 양측 지도자들에게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핵심 우방 이스라엘 편이지만 미국도 중동 정세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 중국 견제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양측 모두 자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팔레스타인ㆍ이스라엘은 동등하게 자유와 안보, 존엄과 번영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이번 충돌의 발단은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 내 반(反)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강경 진압에 나선 이스라엘 경찰 간의 마찰이었다. 사원에 들어온 이스라엘 경찰에 철수를 요구하며 10일 오후 하마스가 로켓포를 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