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온 '마스크 반대론자'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단 이들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의 해악'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다.
미 인터넷매체 바이스는 11일(현지시간) "일부 마스크 반대론자들이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의 변화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이 생리불순·불임·유산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을 백신 미접종자에게 퍼뜨릴 수 있다는 음모론 때문"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표적 코로나19 백신 반대론자인 전문의 셰리 텐페니 박사는 최근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백신 접종자를 영원히 멀리해야 할 수도 있다"고 권고했다.
또 다른 백신 반대론자인 소아과 의사 래리 팔레브스키는 "백신 접종자로부터 독성물질이 미접종자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음모론 때문에 최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사립학교는 백신을 접종한 교사나 교직원에게 학생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티모시 콜필드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는 "백신 음모론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허구라며 위험하지 않다면서도 변형 세포의 유출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고 캐나다 현지 언론에 밝혔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마스크 착용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이와 관련한 크고 작은 갈등이 꾸준히 벌어져 왔다.
최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사진을 찍은 대학생 3명이 퇴학 위기에 몰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학교 밖 파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참가한 매사추세츠대(UMass) 1학년 여학생 3명이 퇴학 처분을 받아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3월 6일 모임 이후 다른 학생이 사진을 학교 측에 전달해 기숙사에서 퇴출되고 온라인 수업만 수강하게 된 이들은 이번에 아예 퇴학 처분을 받았다. 1인당 1만6,000달러에 이르는 등록금도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은 '마스크 벗기'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총괄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백신 접종 완료자는 붐비지 않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완화 지침이 구체적이지 못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WP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백신 접종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라는 백신 접종자들의 말을 전하며 '이상한 회색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