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주자들이 현금성 복지정책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현금 지원이라고 모두 포퓰리즘으로 비판할 일은 아니나 즉흥적인 게 아닌가 우려되는 면이 있다. 무엇을 위한 정책이며,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할 것인지 계획을 구체화해서 진지한 공론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1일, 출생하는 아이에게 국가가 20년간 적립해 20세에 1억 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전 국민에게 평생 2,000만 원을 지원하는 국민능력개발지원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3,000만 원의 사회출발자금을 주자고 제안했다. 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시리즈로 보편 복지 의제를 선점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김두관 의원도 신생아에게 3,000만 원을 적립해 20세에 6,00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본자산제를 제시했다.
이러한 공약들을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복지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고, 긍정적으로 볼 지점도 있다. 18개월 군 복무에 대해 월 180만 원 급여에 해당하는 보상을 주는 것은 퇴행적인 군 가산점제보다 낫다. 대졸자와 고졸자 사이의 일자리·소득 불평등이 극심해지는 현실에서 고졸자 여행비 지원도 의미 있는 아이디어다.
선거철에만 반짝 하는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 제안은 보다 정교해야 한다. 이 전 대표와 이 지사는 재원으로 증세를 언급하고 있는데 지금 민주당이 재산세 감면 논의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증세는 저항이 만만치 않다. 기본자산은 목돈을 주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언급되고 있지 않은데다 정책 목표와 시행 일정이 불투명해 보인다. 이러한 난관을 고려하고 의구심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깊은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대선 정국에서 의미 있는 복지 정책이 도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