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중앙지검장' 불명예 쓴 이성윤, 부끄럽지 않나

입력
2021.05.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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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2일 기소됐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의 법정행은 사상 처음이다. 검찰로서는 또 한 번의 초유의 일로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전국 최대 규모로 검찰의 주력인 서울중앙지검이 피고인 지휘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 신뢰 추락과 검사들의 낭패감으로 서울중앙지검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우려스럽다.

수원지검 형사3부는 이 지검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했다.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압력을 가한 혐의다. 앞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위원 13명 중 8명의 찬성으로 "더 수사할 필요가 없다"며 기소를 권고한 것을 보면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와 정황은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피고인 신분인 이 지검장의 유임이나 승진은 부적절한 만큼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기소된다고 다 직무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사 조치할 뜻이 없음을 밝혔고, 이에 호응하듯 이 지검장도 이날 기소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재판에 임해 혐의를 벗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신뢰 하락, 검찰 내부 반발과 혼란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처사다.

이 지검장은 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거치며 정권에 불리한 수사나 처분을 미루거나 뭉개 후배 검사들의 개탄과 반발을 샀다. 김 전 차관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도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고, 차기 검찰총장직을 의식해 수사심의위를 신청하는 등 깔끔하지 못한 행보를 보였다. 재판을 통한 명예회복 추진은 당연한 권리 행사지만 반드시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이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권의 총애를 받은 검찰 고위 간부라면 즉각 보직을 사퇴해 반부패∙민생 범죄 수사의 차질과 검찰 신뢰 추락을 막고 정권의 부담도 줄여주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이 지검장은 신속히 거취를 결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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