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빈틈 파고들기' 전략이 향하는 곳은? "패션이 무주공산"

입력
2021.05.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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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침투율 낮고 절대 강자 없어
패션 플랫폼 사들여 MZ세대 유입 기대
통합 마케팅·구매 빅데이터 확보 추진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가 패션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패션·의류 상품군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미미하다. 온라인 침투율이 그만큼 낮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또 다른 매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이다. 저가 생필품 중심으로 강세인 쿠팡도 아직 휩쓸지 못한 분야라 선점한다면 신규 이용자를 대거 유입시킬 수 있다. 더불어 패션 전문 플랫폼은 충성도 높은 10~30대 이용자가 많아 사업을 잘만 키운다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포섭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e커머스 전장'의 무주공산, 패션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등 e커머스 업계의 패션·의류 매출은 전년 대비 2.2% 증가에 그쳤다. 전체 매출 증가율(18.4%)에 크게 못 미친다. 식품(51.5%), 도서·문구(30.0%), 생활·가구(25.3%) 등 다른 상품군 증가폭과도 격차가 확연하다.

반면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무신사(1조2,000억 원) 지그재그(8,500억 원) 에이블리(3,800억 원) W컨셉(3,000억 원) 브랜디(3,000억 원) 등 톱5의 거래액은 3조 원을 돌파했다.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매출 상승폭은 각각 51%, 25%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가 외출 자제 등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한 40조8,000억 원(한국섬유산업연합회 추정)에 머무른 것과는 상반된 성적이다. 삼성물산, LF 등 패션 대기업들도 지난해 실적이 하락했다.

상위 패션 플랫폼들의 경우 단순 쇼핑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신생 브랜드 발굴, 스타일링 콘텐츠 등으로 MZ세대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너도나도 M&A…성공 관건은 시너지

e커머스 업계에서 패션 플랫폼 인수합병(M&A)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는 배경이다. 개개인의 취향과 유행에 민감한 패션 사업을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안정권에 접어든 플랫폼을 사들이는 전략이다. SSG닷컴은 지난달 W컨셉을 인수했고, e커머스를 강화 중인 카카오도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과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패션 플랫폼 29CM 역시 매각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M&A 이후 시너지 확보다. 기존 e커머스에 패션 플랫폼을 집어넣는 식의 결합은 오히려 이용자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다. 각 플랫폼만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이에 업계에선 구매 접점을 늘리고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마케팅 효율화 등을 단기적 시너지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날 2,650억 원의 W컨셉 지분 매매대금 지급을 마친 SSG닷컴은 본격적인 협업에 나선다. W컨셉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각 사가 보유한 인기 브랜드와 상품을 양쪽에 모두 입점시키거나 신세계그룹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관련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 라이브방송 전용 스튜디오 지원, 양사 이용자 구매 이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비롯해 포인트를 공동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카카오의 경우는 카카오톡에 지그재그 광고를 싣는 식으로 매출 상승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플랫폼 이원화 운영을 통해 각자의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신세계의 자원으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식의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 마케팅 전개 등 본격적인 시너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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