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주범 건축물의 '제로에너지화' 없이는 기후위기 극복 어렵다"

입력
2021.05.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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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국포럼] 이명주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 강연
탄소 배출 주 원인 건물 놓친 정부 로드맵
"탄소 중립 도시 위해 관련 법부터 제정해야"

"탄소를 내뿜는 건축물을 배제하고 어떻게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고 나아가 탄소 중립 국가로 거듭날 수 있나. 생존 가능한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건축물부터 제로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는 12일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된 '2021 한국포럼' 특별강연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을 잡지 않으면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에너지 사용과 생산이 균형(±0)을 이루는 '제로 에너지 도시'로의 이행을 위해 관계 법령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물 분야 청정 에너지기술 전문가인 이 교수는 건축물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도시 에너지의 대부분이 건축물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구 면적의 3%에 불과한 도시가 전체 이산화탄소의 75%를 내뿜고 있다"면서 "서울만 하더라도 전체 전력의 83%가 건축물에서 소비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건축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로드맵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탄소 중립 건물을 짓도록 한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로드맵'은 신규 인허가 건축물에만 적용될 뿐더러, 실제 배출량이 0에 근접하기만 해도 허용된다는 점에서 '준 제로 에너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는 제로 에너지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내 최초의 제로 에너지 거주지인 '노원 에너지 제로 주택단지'를 예로 들었다. 중앙정부와 서울 노원구, 명지대산학협력단이 함께 추진해 2017년 말 개소한 이 단지는 탁월한 에너지 절약 효과를 인정받아 국제 인증기관인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의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취득했다. 이 교수는 "제로 에너지 도시는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와 기반 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게 한다"며 "주택에서부터 단지, 도시 순으로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축물의 제로 에너지화, 나아가 제로 에너지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에 전무한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존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제로 에너지 도시의 범위와 자립률 산출 공식, 에너지 거래 등을 포괄하는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