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딸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숨진 장소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A(54)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전 9시 20분쯤 인천 서구 마전동 한 삼거리에서 자신의 레이 승용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32)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승용차 밑에 깔린 채 끌려 가면서 머리 등을 크게 다쳤고, 119구급대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B씨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 4세 딸도 바닥에 넘어지면서 골절상 등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초등학교 인근인 사고 장소가 스쿨존 끝 부분에 해당되는 사실을 확인하고 A씨에게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사망 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A씨는 내리막길을 내려와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곳은 이면도로로 제한속도는 시속 30㎞였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니였다.
A씨는 지난 8일 왼쪽 눈 수술을 받아 시야가 흐릿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에서 "왼쪽 눈이 잘 안 보이고 차량 앞쪽 A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에 시야가 가려 (B씨 모녀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분석 등을 통해 A씨가 과속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