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들 간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폭행 장면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휴대폰으로 촬영한 행위는 초상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전북 전주시 한 아파트 주민인 A씨는 2018년 4월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부녀회장 B씨 부부와 말싸움을 하던 중, B씨를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 B씨는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증거로 남겼고, A씨는 전주지법으로부터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또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은 현수막을 게시하다가 입주민들과 다퉜고, B씨는 다툼 장면을 촬영해 관리소장 등 14명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A씨는 이들의 촬영 행위로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B씨 등 입주민 3명에게100만~5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A씨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초상권을 침해한 건 맞지만,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현수막을 게시한 건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입주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고,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사람은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했거나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행 장면을 촬영한 것에 대해서도 "욕설 및 폭행 등 형사절차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보전하고 전후 사정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촬영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에 초상권 침해행위의 위법성 조각사유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