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성 4명 죽인 美 애틀랜타 총격범 ‘증오범죄’ 첫 적용

입력
2021.05.12 06:26
16면
백인 남성 총격범 롱, 살인 등 19건 혐의로 기소
조지아주 증오범죄법 첫 적용... 사형 구형될 듯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을 숨지게 한 미국 애틀랜타 총격범이 11일(현지시간) 기소됐다. 검찰은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21)에게 ‘증오범죄(hate crime)’ 혐의를 적용하고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州) 풀턴카운티 대배심은 이날 살인, 흉기 공격, 총기 소지, 가중 폭행, 국내 테러리즘 등 19건의 혐의를 적용해 총격범 롱에 대해 기소를 결정했다. 파니 윌리스 풀턴카운티 검사장은 롱에게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하고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백인 남성인 롱은 지난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내 스파 2곳과 애틀랜타 근교 체로키카운티 마사지숍 1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죽이고 1명을 다치게 했다. 애틀랜타 스파 2곳에서 숨진 피해자 4명은 모두 한인 여성이었다.

이날 롱에게 적용된 혐의는 애틀랜타 시내 스파 2곳에서 벌인 범행이 대상이다. 특히 지난해 조지아주에서 제정된 증오범죄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라고 CNN은 전했다. 롱의 범행이 아시아계와 여성을 겨냥한 증오범죄라는 판단을 검찰이 내린 것이다. 윌리스 검사장은 각각의 총격 살인에 대해 "극악하고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지목하며 "정신의 타락"이라고 표현했다.

조지아주 증오범죄법은 특정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에 따라 희생자가 범죄의 목표가 됐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형, 가석방 없는 종신형, 30년 복역 후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종신형 등 세 가지 처벌 중 하나가 적용된다. 애틀랜타 총격으로 숨진 8명 중 7명이 여성이고, 6명은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앞서 수사 당국은 범행 하루 뒤 브리핑에서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혀 비판이 제기됐다. 또 용의자의 성 중독 경력도 언급해 범행 동기 논란을 키웠다. 특히 사건이 발생했던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 제이 베이커 대변인이 “그(총격범 롱)는 완전히 지쳐 있었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었다.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두둔성 발언을 하면서 미 전역에서 규탄 여론이 일었다. 결국 베이커 대변인은 대변인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롱이 체로키카운티에서 저지른 아시아계 여성 2명과 백인 2명 대상 총격 살인 사건은 별도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