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정국 고리로 '강한 야당' 이미지 노리는 국민의힘

입력
2021.05.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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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인사청문 정국을 거치면서 '강한 야당'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개각을 통해 국정 장악력 회복을 도모했던 청와대의 약점을 파고들면서다. 지난해 20대 총선 이후 각종 현안마다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녔던 '약한 야당' 이미지를 탈피해 내년 3월 대선에 앞서 대여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국민의힘은 '부적격' 당론을 정한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지명 철회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김기현 당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몰락의 길을 자처한 노무현 정권 시절 열린우리당의 기시감이 든다"며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에 대해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기는커녕 도리어 청와대 눈치나 보며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 책임조차 내팽개칠 태세"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처리를 두고 두 차례 회동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의 인준안이라도 먼저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장관 후보자들 전반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이 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표적으로 삼은 후보자 3명의 거취 문제를 김 후보자 인준과 연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만약 장관 후보자 가운데 1명의 낙마자라도 생긴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21대 국회에서 야당으로서 첫 '성과'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제까지 29명의 장관급 인사가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것은 국민의힘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4·7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도 당청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반발일 뿐, 국민의힘이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여준 결과가 아니었다.

때문에 이번 청문 정국에서 주도권을 찾는다면 그간의 무력감을 씻고 원 구성 등 국회 운영에 있어 협상력을 높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는 후보자 3명 모두 반대하고 있지만 1, 2명을 낙마시키는 선에서 타협하면서 원 구성 재협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야권 관계자는 "청문 정국이 길어지면 책임은 여당에 있게 된다"며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우려해 민생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 수급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미국통'으로 꼽히는 박진·최형두 의원이 12일 미국을 찾는다. 국회 차원의 백신 사절단 파견 제안에 정부·여당의 답변이 없자 자체적으로 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미 백신 스와프 등 백신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