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계 소비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소비 여력이 있는 부자들은 자동차나 가전 같은 내구재 소비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비대면 소비가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보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자동차나 가전 등 내구재 소비 비중을 19.6%포인트 늘렸다.
내구재를 다시 자동차 등 운송기구와 가구, 가전 같은 중소형 내구재로 나누면 운송기구 소비 비중은 27.4%포인트, 중소형 내구재는 6.5%포인트 늘어났다.
5분위의 자동차 등 운송 기구 소비 폭발적 증가는 다른 분위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현상이다.
실제 1분위(1.2%포인트)와 2분위(0.4%포인트)의 운송기구 소비 비중은 소폭 증가했고, 3분위(-7.4%포인트), 4분위(-4.4%포인트)는 오히려 소비를 줄였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3분위 이상 가구는 중소형 내구재 소비를 늘렸다. KDI 분석에 따르면 3분위 가구의 중소형 내구재 소비 비중은 3.2%포인트, 4분위 가구에서 5.5%포인트 늘어난 반면, 1분위는 0.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고, 2분위는 오히려 0.3%포인트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소비가 14.9% 줄어든 것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활동 제한은 대면서비스 소비를 제약했는데,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확대된 계층은 비대면으로 내구재 소비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바꾼 또 다른 소비 행태는 비대면 소비 증가다. 코로나19 확산은 지난해 가계 소비를 4.4% 줄인 효과가 있었는데, 지난해 전체 가계소비 감소폭(5.1%)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KDI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는 대면 소비를 8.4% 감소시켰는데, 비대면 소비가 4.3% 늘어나면서 대면 소비 감소를 일정부분 상쇄했다. 비대면 소비 비중은 2011~2019년 평균 31.5%에서 지난해 34.5%로 크게 늘었다.
금융위기 때는 소비자들이 내구재 소비를 줄이면서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대면 접촉이 힘들어지자 오히려 비대면으로 내구재 소비에 나서면서 지출을 덜 줄였다는 분석이다.
KDI는 코로나19 집단면역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이 같은 대면 소비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빠르게 잦아들 경우에는 가계 소비가 0.5%포인트가량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덕상 KDI 전망총괄은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 바뀌었던 소비 구성도 정상화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대면 소비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