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는 폭력적 시스템의 산물… 청년 연대와 예술로 바꿔나갈 것”

입력
2021.05.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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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테즈칼 마르티네즈, '2021 한국포럼'서  강연
"저는 미국에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정부가 항상 우리 사회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우테즈칼 마르티네즈·래퍼 겸 환경운동가



멕시코 토착민 출신으로 미국에서 래퍼이자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시우테즈칼 마르티네즈(21)는 기후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식민주의에 기반한 폭력적 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또 폭력적 시스템의 일부인 정부와 국제기구 역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12일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공동 주최한 '2021 한국포럼'에서 '살아 숨 쉬는 지구를 위한 실천'이라는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국 콜로라도에 살면서 경험한 정치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선거에 나선 이들 모두 처음엔 듣기 좋은 환경정책을 늘어 놓지만, 결국 권력을 잡고 나면 석유와 가스사업 확장을 위해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사업 확장을 꾀하는 기업의 정치자금이 정책을 좌우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오랜 시간 굳어진 잘못된 관행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부패는 정치인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토지와 지역사회에 대한 착취가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가르쳐왔던 체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가 미래의 번영을 추구하는 동안 학습해 온 것은 백인 우월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 같은 폭력적 시스템을 뒷받침해 왔다"며 이는 지구와 사회에 대한 파괴, 착취, 폭력으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가속화했다고 강조했다.

유엔에 대한 실망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2012년 12살 나이로 유엔 총회 발표자로 나서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15살 때는 유엔 기후변화 총회에서 환경 정책에 관한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유엔 연설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가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내가 마주한 것은 여러 나라 대표의 영혼 없는 눈빛뿐이었다"며 "그들이 얼마나 수동적인가를 다시금 확인하고서 충격에 사로잡혔다"고 회고했다.

그가 기후위기 대응 방식으로 택한 '예술'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그는 "기후위기 해결을 단순한 어젠다가 아닌 프로젝트로 진전시키기 위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힙합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 지역사회를 끊임없이 착취하고, 지구를 파괴했는지 이야기를 전하는 통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을 목격한 곳은 유엔이 아니라 거리와 지역사회였다"며 "청년이 중심이 돼 미래 세대를 보호하고, 우리에게 실패를 안겨 준 폭력적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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