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넉 달 만에 모습 드러내나... 법정 출석 예고

입력
2021.05.11 17:00
14면
113일 만에 일반인들에게 얼굴 공개 가능성
"재활성화된 反軍 시위, 한단계 더 결집될 것" 
다급한 군부, 시민방위군 체포 위해 민가 공격

2월 1일 쿠데타 발발 후 100일 넘게 행방이 묘연하던 미얀마 민주화의 구심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간 화상으로 진행된 재판이 정식 심리로 전환되면서 그의 등장은 최근 다시 불 붙고 있는 반(反)군부 시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11일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수치 고문의 재판을 맡고 있는 수도 네피도 사법부는 전날 열린 화상 재판에서 “오는 24일 공판은 피고인(수치)을 법정에 직접 불러 진행한다”고 밝혔다. 심리 장소는 ‘피고인이 이동하기 쉬운’ 네피도 내 특별법정으로 명시했다. 쿠데타 직후 가택 연금된 뒤 3월 초 모처로 옮겨진 수치 고문이 네피도 인근에 구금 중인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재판부는 수치 고문과 변호인 접견 허용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전날 화상 심리에서 수치 고문은 “변호인을 만나는 것은 피고인의 명백한 권리”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담당 판사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수치 고문은 수출입법 위반(불법 수입 무전기 사용), 선동 및 방역법 위반, 뇌물수수 등 총 6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36년 이상의 징역형이 예상된다.

수치 고문의 유죄 여부를 떠나 시민들은 그의 등장 가능성만으로도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이날 양곤 등 전국 각지에선 수치 고문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사가잉주(州)에선 어린 학생들이 “‘아메이 수(어머니 수치)’가 돌아오지 않으면 등교를 거부하겠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지에선 건강한 수치의 존재가 반군부 시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공산당(CPB) 대변인은 “시위 명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저항 수위를 한 단계 높일 상징적 인물이 없어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며 “수치가 모습을 보이면 민주세력이 더욱 더 단단히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데타 군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 이상 화상으로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운 만큼 사법부를 제어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군부는 일단 재판 당일 수치 고문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도록 특별법정 주변 경계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동시에 교전 지역에서 민간인 탄압 수위도 높였다. 진압군은 사가잉주에서 소수민족에 이어 시민방위군의 공격까지 당하자 주민들을 향해 실탄을 난사, 50여명을 다치게 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781명이 숨지고, 4,916명이 체포됐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