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터진 남산돈까스 '원조' 공방...건물주는 5년을 속였다

입력
2021.05.11 18:30
남산의 명물 돈까스 원조 누구인지 온라인서 공방
인근 식당 주인 "내가 원조... 건물주한테 쫓겨나"
101번지 남산돈까스 "허위 사실...법정 대응 준비"
누리꾼들 "실제 시작은 1992년 아닌데 속였다"
회사 측 "사과"...홈페이지 '1997년'으로 슬쩍 바꿔


남산돈까스의 '원조'를 두고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최근 프랜차이즈들의 '갑질' 논란이 연이어 불거진 가운데 한 유명 남산돈까스 프랜차이즈가 설립연도를 실제와 다르게 표기해 문제가 됐다. 해당 프랜차이즈는 설립연도를 잘못 표기한 것에 사과하면서도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정면 반박했다.

8일 유튜버 빅페이스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남산돈까스'는 다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는 영상에서 남산돈까스의 원조가 기존에 알려진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아닌 다른 곳이라고 주장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홈페이지에서 "90년대 생긴 남산 최초의 한국식 수제왕돈까스 전문점으로 남산 소파로 101번지에 개업하여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고 입소문을 타 현재 연간 30만 명(본점기준)이 넘는 고객이 찾아주시는 국내 1위 한국식 왕돈까스 전문점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 등장한 101번지 남산돈까스 본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빅페이스는 "돈까스 거리에서 유일하게 치열한 웨이팅이 있는 곳"이라며 '남산돈까스'란 이름으로 전국에 40여 개의 분점이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유튜브 영상이나 TV 등 매체, 블로그 후기 등에서 이곳을 원조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음식점에는 "여기가 남산 최초의 '원조 수제 돈까스 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으며, 인근 유사브랜드 사용업소를 주의하라는 안내문도 부착돼 있다.

'남산돈까스' 운영자 "원조는 우리... 건물주한테 쫓겨나"

그러나 빅페이스가 문제를 제기한 영상에 출연한 인근 돈까스 식당 주인 A씨는 "다 거짓말"이라면서 "우리가 1992년도에 최초로 남산돈까스를 유명하게 만들었는데 건물주가 아들 장가를 들이밀면서 소송을 해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101번지 남산돈까스라고 광고하고 체인점을 모집하니 그 자리가 유명한 자리가 됐다. 사람들이 거기가 원조인 줄 알고 다 거기로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빅페이스는 A씨가 1992년 소파로 103-1번지에서 최초로 남산돈까스를 시작했으며 1997년 지금의 101번지 남산돈까스 자리로 이전해 2011년까지 영업했다고 전했다.

빅페이스는 간판에 1992년에 시작됐다고 쓰인(Since 1992)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정작 2012년에 영업을 시작해 돈까스 거리의 식당 중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돈까스 거리로부터 약 1km 떨어진 소파로 23번지에서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101번지 남산돈까스의 주황색 간판도 우리가 만든 것"이라면서 "101번지 돈까스가 전화번호만 바꿔서 간판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홍보물에서 "주황색 간판 바로 그 집!"이라며 스스로 원조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씨는 "우리가 다 해놓은 것인데 건물주라는 걸 악용해서 마치 최초의 집이라고 하면 못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상은 11일 오후 기준 조회수가 100만을 넘겼다. 누리꾼들은 해당 내용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옮겼다.

101번지 남산돈까스 대표 "사실과 달라...증거자료 준비 중"

그러자 10일 한 커뮤니티에 '101번지 돈까스'의 대표이사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글을 올렸다. 그는 "유튜브와 게시판에서 보신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지금 이러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증거자료와 반박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적었다.

동시에 "협력업체와 점주님들이 저희가 반박자료 준비 전까지 피해가 크시므로 판단과 비판을 자제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서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입장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거짓된 사실이 퍼지고 있다"며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1997년 설립되었으며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위탁운영자(A씨)에게 운영을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주장에 대해서 "전 위탁운영자가 운영 과정에서 세금 체납, 식자재 대금 미납, 직원 급여 미지급 등 문제를 야기해 설립자 가족에게 피해를 입혔고 계약이 종료됐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거짓된 정보를 만들어내고, 기업에 피해를 입힌 관련자들에게 강력한 법정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누리꾼들 "설립연도 오기한 것은 소비자 기만"

그러나 누리꾼들은 원조 돈까스 논쟁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사업자등록증 사진 찍어 올리는데 5초면 되는데 무슨 자료 준비냐"고 지적했다.

특히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의 주장대로 1997년부터 식당 운영에 관여했다손치더라도, 설립연도를 5년이나 앞당겨 표시해 소비자를 속인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 힘이 실린다. 원조가 아니면서 원조인 양 행세하는 것은 원조집을 찾아 애써 방문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101번 남산돈까스는 간판에 쓰여 있던 'Since 1992'는 전 위탁운영자가 남산 인근의 다른 장소에서 돈까스 음식점을 운영했던 연도를 임의로 표기했던 것이라고 사과했다.

한편 입장문이 올라왔을 당시 101번지 남산돈까스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1992년에 설립'됐다는 기록이 남아있었다. 현재는 1997년으로 고쳤다.

장윤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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