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성소수자' 정책도 트럼프 뒤집기... "의료권, 오바마 시절로 복구"

입력
2021.05.11 18:30
트럼프 파기한 '오바마케어' 성별 차별 조항
보건복지부 "다시 포괄적으로 해석"하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성(性)소수자’ 차별 정책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하나씩 뒤집고 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군복무 금지 조치를 철폐한 데 이어 전임 행정부가 축소했던 성소수자 의료권도 되살렸다. 보편적 의료 인권을 보장한 ‘오바마케어(ACA)’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보건복지부는 10일(현지시간) ACA 1557조에 명시된 ‘성별 차별’ 조항을 다시 넓게 해석하기로 결정했다.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차별에 대한 두려움은 개인이 치료를 포기하게 하고 건강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차별이나 간섭이 없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ACA 제정 당시 1557조에 성적 정체성에 따른 차별도 금지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가령 환자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의료진이 치료를 거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선 의료인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마지막해인 지난해 6월 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수용해 “출생으로 결정되는 성별에 따라 ‘차별’을 해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진보진영과 성소수자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날 발표는 1년 만에 성소수자 의료권을 다시 확대한 것이다. AP통신은 “보건 분야는 전통적으로 갈등의 전쟁터”라며 “복지부가 전 행정부에선 보수파의 의지대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꾸준히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취임 첫 날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 연락처 양식을 변경해 전통적인 성별 대명사인 ‘그녀(she)’ ‘그(he)’ ‘그들(they)’ 외에 ‘기타(other)’와 ‘공유하고 싶지 않음(Prefer not to share)’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정부기관이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1월 25일에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무효화하는 행정명령도 내놨다. 국방부 역시 3월 스스로 규정한 성에 따라 공개적으로 군 복무를 하고, 성전환 관련 의료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새 규정을 발표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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