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웹툰·웹소설 시장서 격돌…"글로벌 흥행 콘텐츠 확보한다"

입력
2021.05.12 04:30
16면
카카오,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1.1조원 투자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인수 완료
영화·드라마 핵심 스토리로 활용…K콘텐츠 부상
한국, 동남아 넘어 세계 최대 시장 북미 진출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양사는 전 세계에서 흥행성을 갖춘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올인하고 나서면서다. 전선도 글로벌 웹툰에서부터 웹소설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카카오-네이버, K웹툰·K웹소설로 북미 겨냥

11일 카카오의 콘텐츠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 인수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타파스는 약 6,000억 원, 래디쉬는 약 5,000억 원이다.

타파스는 201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성장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래디쉬는 20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영문 웹소설 플랫폼이다. 2019년부터 집단 창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자체 제작 콘텐츠 ‘래디쉬 오리지널’로 흥행작을 만들면서 지난해 연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인수로 자사의 흥행 웹툰과 웹소설의 영미권 진출을 가시화시킬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지난 1월 이사회에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인수를 결의한 이후 이달 초 한국, 미국, 캐나다 등 관련 기관 절차를 마무리했다. 왓패드의 기업 가치는 약 6,6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약 1억6,600만 명(왓패드 이용자 9,400만 명, 네이버웹툰 이용자 7,200만 명)의 콘텐츠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570만 명의 창작자와 10억 개 이상의 창작물을 보유하면서 다양한 국가,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한편 IP 비즈니스에서도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핵심 콘텐츠는 국경 넘는 인기…'스위트홈' '승리호' 증명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웹소설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나선 이유는 콘텐츠의 확장성 때문이다. 웹툰과 웹소설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른 장르로 확대될 수 있는 핵심 IP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탄탄한 팬층을 가진 IP는 국경을 넘어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네이버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8개국에서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카카오페이지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승리호'도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온라인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1980년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는 웹툰, 웹소설과 같은 '숏폼(짧은 형태) 콘텐츠' 소비에 익숙하다. 편당 이용요금을 내는 과금 방식도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에서 구글플레이 기준 만화 카테고리 매출 1위 응용소프트웨어(앱) 자리에 올랐다.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의 경우 일본 전체 만화 모바일 앱 매출 분야에서 1위를 질주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해외 콘텐츠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드라마 등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2,949억 달러(약 2,500조 원)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2조7,966억 달러(약 3,10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이 소수만 즐겨 서브컬처로 분류되던 웹툰 콘텐츠들을 대중문화로 확장시켰고 인기 웹툰의 경우 스토리와 재미를 검증받아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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