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이 다음 달 무대에서 연주된다. 프로코피예프의 작품들은 '강철'을 닮은 강렬한 음악적 색채감으로 유명하다. 본래 피아노 곡들로 친숙한 작곡가이지만, 바이올린 곡에서도 그가 추구한 파격과 리리시즘(서정적 표현)이 두드러진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다음 달 17, 18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달리아 스타세브스카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1917년 작곡된 이 협주곡은 일반적인 바이올린 협주곡과 구조가 다르다. 빠르고-느렸다가-다시 빨라지는 통상적인 3악장 구조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느리고 서정적인 1(안단티노), 3(모데라토-알레그로 모데라토)악장 및 경쾌한 속도감의 2(스케르초)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경쟁하기보다는 한데 어울리며 '꿈꾸는 듯' 노래한다.
연주 시간이 20여 분 정도로 짧은 작품이지만 기교적이며 표현이 까다로운 곡으로 통한다. 김다미는 "작곡가 특유의 신고전주의적 성향이 다른 곡들에 비해 더 많이 부각된 작품"이라며 "서정성이 돋보이는 곡이라 최대한 아름다운 멜로디를 표현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신보 '파리'를 통해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 연주를 공개했다. '파리'라는 제목이 붙은 앨범에 러시아 작곡가의 곡이 포함된 이유는 협주곡 1번이 1923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기 때문이다. 힐러리 한은 이 작품을 두고 "연주하는 동안 통제가 어려울 만큼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전력으로 트랙을 내달리는 느낌을 받는다"며 "천상을 거니는 듯한 꿈결 같은 악구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협주곡 1번이 20대 청춘 작곡가의 뜨거운 마음으로 쓰였다면, 2번은 프로코피예프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15년간 망명 생활을 거친 뒤 조국으로 돌아와 40대 중반에 쓴 곡이다. 장조로 쓰인 1번(D장조)과 달리 2번은 G단조로 작곡됐다. 시적 분위기가 더 강하다. 형식도 1~3악장이 각각 알레그로 모데라토, 안단테, 알레그로로 고전적인 구조다.
협주곡 2번은 다음 달 10일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함신익 지휘로 심포니송오케스트라와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린다. 송지원은 협주곡에 담긴 변화무쌍한 '대조'의 매력에 주목했다. 그는 "어두우면서 따뜻하고, 화려한 동시에 평온하며, 가볍지만 무거운 곡"이라며 "구조가 단순해 보이지만 창의적인 면이 많아 흥미롭다"고 했다. "작곡가가 소련 정권에 억압되며 갖게 된 냉소와 그 이면에 녹아 있는 위트 및 따뜻함을 연주로 들려주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