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의 경쟁력은 트래픽(접속량) 확보다. 트래픽이 받쳐주면 안정적인 거래금액이 유지돼 저마진 사업구조에서 수익성을 개선할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된다.
트래픽 확보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유료 멤버십 제도다. 일정 요금을 내는 대신 혜택을 제공해 습관처럼 더 많이, 더 자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e커머스 업계가 유료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던 혜택을 일반 이용자로도 넓히고 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진입장벽을 낮춰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심산인데, 출혈경쟁이 심화되자 업계에선 "누구 하나 쓰러질 때까지 돈 풀기 싸움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10일 신세계그룹 통합몰 SSG닷컴은 '백화점 배송·반품 올(ALL) 프리패스' 프로모션을 통해 신세계백화점 상품 무료 배송 및 반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프로모션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보통 e커머스에선 일정 금액을 넘겨야만 무료 배송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평균 3,000원의 배송비가 발생한다. 반품 역시 물류 인프라는 물론 반품을 일삼는 소비자에 대응하는 전담 조직까지 수반비용이 커 유료 멤버십 혜택으로 제공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SSG닷컴은 신선식품과 가전을 제외한 신세계백화점 전 카테고리 52만여 종 상품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반품을 결정했다. 구매 금액, 개수와 관계없이 무료 배송 쿠폰이 무제한으로 발급되고 단순 변심에도 월 10회까지 무료 반품이 가능하다.
무료 배송·반품은 배송비를 감안한 최저가를 따지거나 쇼핑 실패를 걱정하느라 구매를 망설이는 행동을 줄여주는 유인이다. 특히 패션과 뷰티 상품은 직접 입어보거나 써보기 전에 구매 결정이 쉽지 않다. 이번 무료 혜택에는 한 번 구매 경험을 하면 자연스럽게 SSG닷컴에 정착할 것이란 기대감이 녹아있다.
SSG닷컴은 "올 2, 3월 패션, 뷰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지난달엔 증가율 20%대를 돌파했다"며 "백화점 등에서 고가 상품을 사는 이른바 '보복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오고 있어 이 수요를 잡기 위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쿠팡도 지난달 2일부터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은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원래 무료 배송은 월 2,900원의 유료 멤버십(로켓와우) 회원에게만 제공됐다. 로켓와우 이용자는 배송뿐 아니라 반품, 당일배송, 온라인영상서비스(OTT) 등도 무료다. 특혜 중 핵심 서비스를 '맛보기'로 경험시켜 결국은 유료회원으로 넘어오길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추가 할인 경쟁도 치열하다. 이베이코리아는 연중 두 번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행사 '빅스마일데이'의 올 상반기(5월 10~18일) 행사에서 유료 멤버십(스마일클럽) 이용자에게만 제공하던 20% 할인쿠폰을 모든 회원에게 뿌린다. 위메프는 가입비나 이용료 없이 전월 구매 횟수가 5회 이상이거나 결제금이 30만 원 이상이면 매달 1만1,000원 할인 등 혜택을 주는 '무료 VIP 멤버십' 시범 운영을 이달 시작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타사처럼 연회비나 월 이용료 없이 VIP 대우를 하는 게 핵심이며 고객 반응을 보면서 어떤 추가 혜택을 줘야 더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추가 혜택으로 이용자가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금액이 더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