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하원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의원의 거취가 5월 이후 워싱턴 정국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그가 의원총회 의장 당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그의 거취를 결정할 12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총회가 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계,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간 협치 성사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공화당 하원 1인자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차기 당 의원총회 의장으로 체니 의원 대신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을 지지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앞서 하원 서열 2위인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도 체니 의원이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당 지도부가 체니 의원에게 등을 돌리면서 퇴출 분위기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체니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딸로, 공화당 강세지역인 와이오밍주(州)의 유일한 연방 하원의원이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선이 부정ㆍ불법선거였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을 비판해왔고, 트럼프 지지 세력의 지난 1월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그의 공적이 됐다.
체니 의원은 5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공화당은 위험하고 반민주적인 트럼프를 숭배하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체니 의원을 비난하면서 스테파닉 의원 지지 입장을 밝혔고, 공화당도 체니 의원을 손절하는 분위기까지 왔다.
체니 의원의 당직 축출이 확정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 첫걸음이 될 게 분명하다. 2022년 중간선거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력 중심으로 공화당이 재편되고, 상·하원 선거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도전 길이 넓어질 수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는 힘을 발휘하더라도 실제 유권자 투표에선 중도 확장력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다수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점을 갖고 추진하는 4조 달러(약 4,500조 원) 규모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ㆍ일자리 예산 협의도 난관에 처할 공산이 크다. 의총을 계기로 공화당의 강경 기류가 결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공화당 지도부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법안 통과를 설득할 예정이다. 또 공화당 상ㆍ하원의원과도 계속해서 접촉 폭을 늘리고 있지만 뾰족한 돌파구는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