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상상이 현실이 된 대표적 예다. AI는 인간의 고유영역을 치고 들어오고 있으며 영화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I도 실감나게 구현되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왔던 저간의 역사를 보면 인간성을 제대로 갖춘 AI가 멀지 않아 대거 출현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인간보다 인간다운 AI의 출현은 상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AI 덕분에 ‘인간증강’이 실현되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가령 자율주행차는 인간을 ‘운전자’에서 ‘탑승자’로 바꾸어 이동 중에도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자동차 자체가 거대한 컴퓨터 역할을 하고 사무실이나 오락실 역할도 할 것이다.
내 손 안의 AI, 스마트폰은 문화권이 다른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스마트워치나 헤드셋 등 몸에 장착되는 AI는 경쟁력을 갖추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노력을 많이 줄여줄 것이다. 노력만이 아니다. 이 순간에도 AI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속속 해방시켜주고 있다.
더구나 AI는 국가사회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AI 없는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AI는 날 선 양날의 칼이다. 노력과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다. “일 안 해도 됨”은 풍요 내지 빈곤으로, 고양된 삶 또는 무료한 삶으로 이어지기에 그러하다.
이런 가능성이 착착 현실이 되고 있는 지금 대학의 역할은 사뭇 중요하다. 대학이 지니는 덕목은 세속적 이해관계에서 자못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AI로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 AI에 종속된 인간이 아니라 AI의 주인이 되게 하는 데 중추가 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 AI를 발전시키고 관련 인재를 육성함은 물론이고 AI를 특정 이익집단이나 세력, 계층이 아닌 모두를 위한 문명의 이기로 만들어가는 데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대학별로 할 수 있는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예컨대 ‘미래공유연구원’ 같은 대학 간 공동기구를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국가, 산업계 등과 협업하며 AI로 대변되는 미래를 다차원에 걸쳐 능동적으로 구성해갈 필요가 있다. 또한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단계에 최적화된 ‘AI 문해력(AI literacy)’ 교육을 개발해내 시행해야 하며, 인간 삶의 고양을 위한 역량 개발과 삶터의 미래지향적 설계도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미래는 다수가 앞서서 대처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빚어갈 수 있지만 팔짱 낀 채 맞이하면 그저 휩싸이게 될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