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 따라 여러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있겠지만, 좀 뒤로 물리고 의회주의를 통해 국민이 하루라도 빠르게 안정화됐으면 한다. 정의당과 국민의힘 생각이 똑같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4일 취임 인사차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난 김 원내대표가 꺼낸 얘기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가까워지고 있다. 노선과 성향이 다른 두 정당의 행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9일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제1야당과 국민에 의해 부적격 파정을 받은 장관 후보자 3인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임명 불가 방침을 정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의당도 6일 박 후보자와 임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고 "장관이 되면 안 된다"며 임명 철회를 주장했다. 노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격' 의견을 달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하겠다는 게 정의당 입장이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동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여 대표와의 첫 만남에서 김 원내대표는 손실보상법 처리와 관련 "여당이 마치 필요하다고 말을 하는 듯하면서 말 다르고 행동이 다른 모습이다"라며 "언행불일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정의당과 함께 힘을 합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 대표도 "오랜만에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민생 핵심인 코로나 손실보상법 처리를 한목소리로 내어 다행"이라고 화답했다. 여 대표는 "정의당도 (김 원내대표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제안한) 부동산 여야정 협의체 취지에는 공감한다"고도 했다.
양당의 이런 모습은 지난해 6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경제민주화와 노동 문제 등 정의당이 핵심 가치로 여기는 이슈에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방지및 예방을위한 정책간담회를 연 자리에 강은미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를 초대해 함께 입법에 뜻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 민주당 2중대 비판에서 벗어나 '진짜 진보'를 보여주기 위해 민주당과 거리두기를 시작한 정의당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양당의 동행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야권에선 "부동산 문제 등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관계 설정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한시적일 가능성을 크게 본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생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계속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야당도 다 같은 야당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