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연수 제한·플랫폼 규제… '강공책' 변협에 엇갈린 시선

입력
2021.05.10 09:00
7일부터 신입 변호사 200명만 실무연수 시작
'로톡' 등 플랫폼 통한 변호사 광고 징계 엄포도
업계 일각 "후배 변호사 볼모로 한 정책" 비판
변협 "업계 다수 지지 받는 선거 공약 이행 중"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변호사 직역 지키기’에 나선다면서 신입 변호사의 실무 연수 인원을 제한하는가 하면,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겠다는 엄포까지 놓는 등 ‘강공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서 할 일을 한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기득권을 지키려고 젊은 변호사들 생계까지 위협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변협 "실무 연수는 200명만 받겠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 7일부터 제10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실무 연수를 진행 중이다. 변시 합격자는 변호사법에 따라 6개월 이상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변협 연수를 마쳐야 개업하거나 법무법인 등에 취업할 수 있다. 변호사로 활동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라는 얘기다.

그런데 변협은 올해 연수를 무작위로 추첨한 200명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변시 합격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연수를 신청한 545명 중 절반이 훌쩍 넘는 345명이 연수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변협은 이에 “500명이 넘는 신청자를 다 받아줄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여력 부족’보다는 다른 쪽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700명 이상의 신청자를 모두 받아주다가 갑자기 ‘여력이 없다’고 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시 합격자를 1,200명대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변협은 변시 합격자 수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정원을 줄이기 위해 법무부 산하 변시관리위원회, 교육부 산하 법학교육위원회 위원 중 변협 회장의 추천 몫을 늘리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신입 변호사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플랫폼 징계 엄포에 "젊은 변호사 희생" 비판

변협은 '로톡(lawtalk)' 등 법률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광고 규제를 골자로 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8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으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규정이 시행되면 법률플랫폼을 통해 변호사를 광고·홍보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도 징계를 받게 된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협이 연수 인원 제한을 강행하는 것과 연계해 보면, 결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방안도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협의 잇단 ‘강수’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시 합격자 수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서도 “이미 합격한 변호사들까지 볼모로 잡는 실무연수 인원 제한은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변협이 젊은 후배 변호사들을 희생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변협의 움직임이 법조시장에 막 진입하기 시작한 젊은 변호사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최근 "변협이 법조계 최약자인 변시 수험생과 신입변호사를 공략해 기득권을 수호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법률플랫폼에 의존해 수익을 창출하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며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협은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에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협회장 선거 당시 업계 다수의 지지를 받은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예컨대 최근 서울변호사회가 회원 2,5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5%(2,397명)가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또는 탈퇴 유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변협 관계자는 "변시 합격자 연수는 사법연수원 때처럼 정부가 담당해야 할 법조인 양성 책임을 변협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변호사 업무의 공적 성격을 고려하면 변호사들이 플랫폼 등 자본에 종속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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