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켓 잔해 결국 바다로 추락… 인명피해 없지만 "우주개발 책임" 비난 고조

입력
2021.05.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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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잔해 일부 아라비아해 추락
"中, 우주개발 책임 보여야" 지적 비등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국의 우주발사체 잔해가 결국 바다로 떨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사태는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중국의 우주개발을 질타하는 국제사회의 불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9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달 29일 우주로 쏘아 올린 발사체 ‘창정 5호B’ 잔해가 이날 오전 11시 24분(한국시간)쯤 대기권에 진입한 뒤 인도양 상공에서 해체됐다. 중국 유인우주국(CMSEO)은 대기권에 진입한 정확한 지점은 동경 72.47도, 북위 2.65도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잔해는 낙하 도중 상공에서 녹아 내렸지만 일부가 몰디브 서쪽 해상에 위치한 인도양 부속해 아라비아해로 떨어졌다.

앞서 중국은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핵심 모듈 ‘톈허’를 실은 창정 5호B를 발사했다. 톈허는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무게 22톤, 길이 31m, 직경 5m의 거대한 본체 잔해는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향했다. 그러자 미 우주사령부를 비롯해 각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만에 하나 발사체 잔해가 지상으로 추락할 경우 막대한 인명ㆍ재산 피해를 피할 수 없었던 탓이다.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국을 향한 공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잔해가 추락하는 내내 제대로 된 통제는커녕 “바다로 떨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만 반복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측이 불확실성을 상쇄할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불안감만 더욱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서구 언론과 전문가들도 잔해가 바다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해도 로켓을 쏘아 올린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너선 맥도월 하버드대 천체물리센터 박사는 “1979년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이 궤도에서 이탈해 호주로 추락한 이후 대부분 국가는 우주선 설계를 조정해 통제되지 않은 물체의 대기권 진입을 막고 있다”며 “중국 로켓 설계자들이 이를 다루지 않았다면 태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에도 창전 5호B의 다른 로켓이 지구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잔해가 떨어져 건물을 파손시킨 적이 있다. 미흡한 제어 조치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우주개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이 많다. 최근 나사 수장으로 지명된 빌 넬슨 전 상원의원은 “중국은 확실히 우주쓰레기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주 활동을 지속하려면 투명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측은 서구 국가들이 괜한 위험을 부풀려 우주개발 성과를 깎아 내리려 한다고 반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창정 5호B가 통제불능이며 지구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보도는 서구 언론의 과대 선전”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주 전문가를 인용, “해당 로켓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 잔해가 바다에 빠져도 수질오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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