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전북 현대에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합의서 패싱’ 논란과 함께 전북으로 이적한 수원 유스 출신 백승호(24)가 전북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관심을 끌었던 '백승호 더비'였다. 하지만 오히려 활약한 것은 수원 유스 출신 막내 정상빈(18)이었다. 정상빈은 경기 내내 맹활약하며 수원 팬들에게 짜릿한 기쁨을 선사했다.
수원은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4라운드 전북과의 원정 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3-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를 거둔 수원은 6승 4무 4패, 승점 22를 기록하며 리그 4위로 올라섰다. 수원이 정규리그에서 전북을 꺾은 건 2017년 11월 19일 이후 3년6개월만이다.
반면 전북(8승5무1패 승점 29)은 시즌 개막 14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하며 4경기 무승에 빠졌다.
이날 경기는 백승호 선발 출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백승호는 이번 시즌 독일 다름슈타트를 떠나 K리그 전북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수원과 갈등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는 끝났지만 앙금은 여전했다. 양쪽 모두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시작부터 팽팽했던 경기는 후반들어 균형이 깨졌다. 수원이 9분 동안 3골을 몰아치며 전북을 무너뜨렸다. 선제골은 최근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정상빈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17분 정상빈의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튕겨져 나왔고 골문으로 쇄도하던 고승범(27)이 세컨드 볼을 골로 연결했다.
정상빈은 후반 20분 김민우(31)의 도움으로 추가골도 터뜨렸다. 골 경합 상황에서 넘어졌던 정상빈은 공이 상대 진영으로 흐르자 벌떡 일어나 내달렸고 결국 강력한 슛으로 골문 오른쪽을 갈랐다. 골 폭풍은 끝이 아니었다. 이기제는 후반 26분 기습적이고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원더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백승호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후반 25분 교체 아웃됐다.
이날 리그 4호 골을 기록한 정상빈은 경기를 마친 뒤 "전북은 꼭 이겨보고 싶은 상대여서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 경기장에서는 선후배 없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는 게 선배들이나 감독님이 원하는 거여서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건하 수원 감독은 "선수들이 강호들을 만났을 때 이겨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다. 분위기, 정신력 모두 다른 경기에 비해 훨씬 강해진다"며 "모두의 희생, 헌신 노력이 있어서 이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