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하기 위해 징검다리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면 금연 의지만 꺾어 금연 실패는 물론,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같은 신종 담배가 오히려 금연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9년 3~7월 만 19세 이상 흡연자 2,831명을 대상으로 신종 담배의 사용과 금연 행동과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금연 시도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반 담배 흡연자는 55.6%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46.7%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39.6%가 해당 담배에 대해 금연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흡연자의 금연 시도 비율은 각각 40.8%, 29.4%로 더 낮았다. 한 달 이내 담배를 끊겠다는 비율도 각각 17.4%, 10.1%로 조사됐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만 피우는 흡연자는 일반 담배만 피우는 흡연자보다 금연 시도와 의향이 각각 37%, 4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 단독 흡연자는 일반 담배 단독 흡연자보다 금연 시도와 계획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궐련형 전자담배만 피우는 흡연자는 44.8%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비사용 흡연자는 17.9%만이 덜 유해하다고 인식했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자신의 담배를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담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찌거나 가열해 피우는 형태로 담배 특유의 냄새가 없어 일반 담배보다 해롭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자담배 액상 증기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나 연기 자체도 기관지에 악영향을 주며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거나 유해 성분이 덜 배출된다는 근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철민 교수는 “신종 담배가 덜 유해한 담배 혹은 금연에 도움되는 것처럼 마케팅에 잘못 활용되면서 흡연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며 “특히 30~40대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많이 사용하는데 금연이 필요한 이 연령층에서 금연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적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담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종류의 담배를 끊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