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백신과 진단 분야 등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가 세계적인 바이오 벤처 허브도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축적된 바이오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정부가 공모하는 'K-바이오 랩허브'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K-바이오 랩허브'는 실험 시설과 사무공간, 연결망 등을 제공해 바이오분야 벤처·신생기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국비 2,500억원과 지방비 등을 합쳐 3,5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에 앞서 대전시는 허태정 시장이 2019년 4월 미국 보스턴의 랩센트럴을 방문한 후 이를 본뜬 대전형 모델의 바이오혁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도 도모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을 추진하며 후보지 공모에 나서자 이를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바이오 생태계 강점을 가진 지역 특성을 적극 부각하기로 했다. 3일 지역 국회의원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은 이어졌다.
대전은 바이오분야 연구개발, 연구장비 등이 다른 클러스터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연구개발(R&D) 주도형 클러스터로, 바이오 창업 잠재 수요가 높은 곳이다.
특히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45개 연구기관과 295개 연구소 기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바이오 원천기술 공급지다. 기술기반의 600여개 바이오 기업이 집적돼 '바이오산업 메카' 위상을 이미 구축한 점도 강점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나노종합기술원 등 융·복합 연구를 위한 풍부한 고급인력풀과 연구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연구경험이 축적된 스핀오프형 창업과 성공 사례가 많은 것도 바이오 창업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다. 스핀오프 창업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이 자신이 참여한 연구결과를 가지고 별도의 창업을 할 경우 정부보유 기술을 사용한데 따른 사용료를 면제하고 성공 후 신기술 연구기금 출연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대전은 지난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전국의 67%에 해당하는 6조1,710억 원의 해외 기술이전과 2,168억 원어치의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실적으로 이미 바이오산업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투자 여건도 양호하다. 벤처캐피탈이 22개사에 이른다.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이며, 인구 1만 명당 벤처기업수는 17.45개로 전국 최고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한두 개의 대기업이나 앵커기업이 끌어가는 다른 도시와 달리 대전은 성공한 다수의 벤처기업이 후배 벤처를 끌어주는 독특한 커뮤니티가 형성된 지역으로 세계적인 스타트업 요람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벤처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육성하는 '랩허브' 본래의 취지에 맞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정부가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사업에 들어가면서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권경민 미래산업과장은 "랩허브 같은 창업 시설은 창업 수요자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을 해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가 공급자의 편의에 따라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바이오 산업은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적 원청-하청관계 구조 중심인 타지역 바이오클러스터와 달리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정보통신, 나노,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 기반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대덕특구에 랩허브가 구축되면 대전-세종-오송을 아우르는 바이오벨트가 구축돼 한국 바이오산업 성장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어,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대전시의 주장이다.
허태정 시장은 "대전은 이미 지난해 랩허브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했고 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2030 비전을 발표했다"며 "대전을 우리나라 바이오 혁신성장의 허브이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전초기지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