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풍향계, 플로리다州 ‘우편 투표 제한’… 백악관도 논쟁 합류

입력
2021.05.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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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 개방시간 특정 · 부재자 사전등록
백악관 "플로리다주 잘못된 방향 간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민주·공화 양당의 경합지역)인 플로리다주(州)에서 투표권 제한 법안이 통과됐다. 대선 영향력이 큰 주의 선거법이 바뀌자 민주당은 물론 백악관도 반발하고 나서 우편투표를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 소속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6일(현지시간) 투표 조건을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일정 시간에만 우편투표함을 이용할 수 있고, 부재자 투표를 하려면 사전에 등록을 마쳐야 한다. 우편투표 용지를 넣는 이동식 투표함 설치는 금지되며, 카운티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투표 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하며 “이제 플로리다주에서 더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공화당이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투표권 제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공화당은 줄곧 우편투표와 부재자투표로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우편투표가 조작돼 부정선거로 패배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3월에는 공화당이 우위를 점한 조지아주에서 우편투표 제한법을 통과시켰고, 이달 1일에는 선거 참관인이 유권자들의 투표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안에 서명한 드샌티스 주지사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서명 현장도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에만 취재를 허용했다.

민주당은 서명 직후 위헌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매니 디아스 플로리다 민주당 대표는 “노골적인 유권자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 역시 플로리다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일은 거짓말을 근거로 이뤄졌다”며 "지금 선거법을 바꿔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누군가가 투표하는 것이 싫어서 그 사람을 밀어내야 한다는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는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라 이번 법안이 차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1964년 이후, 1992년과 지난해 대선을 제외하곤 플로리다에서 승리한 후보가 모두 대통령이 됐다. 우편투표는 민주당 지지층인 유색인종이나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조건이 강화되면 공화당에 유리하다. 디아스 대표가 “공화당은 민주주의보다 권력 유지에 관심이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법안 서명 직후 참정권 단체들도 유색인종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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