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침몰 위기에 놓였다. 누군가 내려야만 나머지 사람이 산다. 하선은 곧 죽음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댄다. 누군가는 선장이라 안 되고, 누군가는 회사 대표라 안 된다고 말한다. 누구는 유력 정치인이라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든 가치의 경중을 따져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위태롭지만 끝까지 함께 살아남을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영화 ‘스토어웨이’는 이 익숙한, 우화 같은 이야기를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낸다.
화성을 향해 우주선이 발사된다. 2년간 지속될 여행 목적은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려는 거다. 세 사람이 승선했다. 선장 머리나(토니 콜레트)와 의사 조이(안나 켄드릭), 생물학자 데이비드(대니얼 대 김)가 임무를 수행한다. 대원들은 엘리트다. 머리나는 우주 여행 경험이 풍부해 보인다. 조이는 명문 예일대를 나왔고, 데이비드는 하버드대 출신이다. 두 사람의 자부심은 강하다.
출발하고 10시간쯤 돼 문제가 발생한다. 우주선 발사를 도왔던 엔지니어 마이클(셰미어 앤더슨)이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다. 영화 제목처럼 ‘밀항자’가 발생한 것이다. 마이클이 승선하게 된 과정은 알 수 없다. 발사 전 작업을 하다 정신을 잃어 우주선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대원 세 명보다 더 당황한 이는 마이클이다. 여동생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2년 동안 지구로 돌아갈 수 없어서다.
마이클은 곧 안정을 찾고, 대원들도 일상을 되찾는다. 마이클은 사교적이고 성실하다. 일을 배워 우주 여행에 도움을 주려고 열심이다. 대원들도 그런 마이클이 미덥다. 대원 셋이 넷으로 늘어난 셈이니 딱히 나쁠 게 없다. 공간이 좁아졌으나 큰 불편은 없다.
곧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마이클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가 훼손됐다. 고칠 수는 없다. 우주선에는 3인분 산소만 공급된다. 데이비드가 화성에 가져가려 하는 식물마저 죽여야 할 판이다. 머리나는 지구와 통신을 교환하며 해결책을 찾으러 방법은 하나다. 한 명이 죽어야 한다. 불청객인 마이클이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임무 수행에 가장 불필요한 사람이니까.
대원들은 고뇌한다. 하지만 각자 살아야 이유가 명확하다. 어쩔 수 없이 마이클이 희생해야 한다. 대원들은 생사람을 사지로 몰아야 하는 선택이 괴롭지만, 뾰족한 수가 딱히 없다.
네 사람이 있는 우주선은 사회 축소판이다. 사회에는 언제나 자원이 부족하다. 좋은 일자리를 두고 여러 사람이 경쟁하나 소수만이 차지한다.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따지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도태된다. 그런데 그 가치는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그리고 온당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것인가.
머리나와 데이비드, 조이는 임무 수행이라는 목적이 있다. 우주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선 세 대원이 우선이다. 하지만 지구에 돌봐야 할 누군가가 있는 사람은 마이클이다. 부양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마이클이 우선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각자 입장에서 그러나 모두를 위한 방법을 숙고한다. 끝까지 공존을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누군가의 희생이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서는 안 된다고도 역설한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주로 우주인의 모험담 또는 외계생명체의 급습을 다룬다. 망망한 공간에서 맞이한 위기,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스토어웨이’는 드물게 등장인물의 심리를 파고든다. 보편적인 인류의 문제를 우주선 안에서 펼쳐내며 인류애를 다룬다. 볼거리나 서스펜스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만족감을 주긴 어렵다. 휴먼 드라마를 즐기는 이들이 보다 좋아할 영화다. 감독은 브라질 출신 조 페나. 유명 유튜버 출신으로 장편영화 감독이 됐다. 북극을 배경으로 한 전작 ‘아틱’(2017)으로 주목받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7%, 관객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