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30번째 장관을 배출할 것인가, 아니면 읍참마속에 나설 것인가.
지난 4일 시작된 여야 인사청문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야당의 '부적격' 판정으로 6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상임위 개최가 무산되면서다.
민주당은 야당의 낙마 대상이 된 3명에 대해 "직무 수행에 큰 흠결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단독으로 청문보고서 채택하는 것은 자제했다. 채택을 서두르다가 여당의 일방독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우선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청문보고서 처리시한인 오는 10일까지 최대한 야당과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낙마 압박에 가세한 터라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 채택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고민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가능성에 대해 "(야당과) 협의부터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단독 채택은 최대한 지양한다"면서도 "(각 상임위 민주당 간사들은) 전례에 비춰 큰 문제는 아닌 걸로 판단된다고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3명의 후보자 전부를 임명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다운계약서 의혹 등으로 야당이 '낙마 1순위'로 꼽는 임혜숙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도자기 밀수 의혹이 제기된 박준영 후보자에 대해서도 한 민주당 의원은 "취미로 수집했다는 도자기가 1,150점이나 된다고 하고, 청문회에서의 후보자 해명도 명쾌하지가 않아 부정적 여론이 커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의혹들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일부 후보자에 대해선 청와대에 읍참마속을 전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견해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 의견을 전달 받지 못했다"며 "당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청에선 임명 강행이나 일부 후보자의 낙마는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임명 강행 시엔 김부겸 총리·김오수 검찰총장 청문회는 물론 야당과의 원 구성 재협상 논의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 일부 후보자의 낙마를 선택할 경우 4·7 재·보궐선거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레임덕(정권 말 임기누수)이 본격화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임기 말 인사청문 국면에서 당청간 이견을 보이는 것도 부담스럽다.
민주당 지도부는 7일까지 진행되는 김부겸 후보자의 청문회까지 지켜보고 야당이 반대한 3명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여야가 국회 본회의의 인준 표결이 필요한 김 후보자의 임명 동의와 야당의 낙마 1순위로 꼽는 임 후보자나 박 후보자의 낙마 여부를 두고 '패키지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여야가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