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반도체 수급 불안까지 겹친 가운데 사측과 노조 간 치열한 수싸움이 벌써부터 감지되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12~14일 열릴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조만간 상견례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이번 교섭에선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다.
특히 이번 현대차 임단협에선 최근 설립된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1980~2000년대생)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조’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임금협상의 교섭권은 기존 생산직 노조(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지부)만 갖고 있지만, 최근 결성된 사무·연구직 노조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생산·기술직 중심의 기존 교섭에 대한 비판에서 지난 4월 29일 출범한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는 약 500여 명으로 구성됐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을 일단은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 의미를 고민하고 사무·연구직 이해를 반영한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임단협도 아직까지 매듭짓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 원 지급을 제시했다. 이 상황에서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란 초강수를 뒀다. 이에 노조에선 사측이 직장 폐쇄를 철회하고 교섭과 관련한 태도를 바꿀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맞서고 있다.
사측은 "노조 쟁의로 인한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며 "본사에서 한국 공장 물량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 수출을 시작한 뉴 아르카나(XM3)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다면, 추후 신차 배정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요구안 외에도 ‘수익성 낮은 직영 사업소 폐쇄’를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기아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2조665억 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정년 65세 연장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 △점심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사측은 노조의 이런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4월부터 현실화된 반도체 부족현상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도 주말 특근을 모두 취소했고, 해외 공장도 일부 휴업을 실시했다.
한국GM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월 9만9,000원, 성과급격려금 1,000만 원 일시급 지급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줄 것도 요구할 방침이다. 그동안 신차 출시와 판매 등에 헌신적으로 노력해 온 부분과 임금 및 복지 등을 양보하면서 감내해 온 부문을 인정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에선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부평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에 불과하고, 이달부터 창원공장마저 50% 감산에 들어가야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해 임단협을 둘러싼 자동차 업계에 ‘노사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기저효과가 기대됐지만, 반도체 수급 문제가 돌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노사 양측이 양보하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까지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