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은행 직원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 최후 해고 통첩을 내린 군부에 대항하고, 현금 인출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직장에 돌아와도 딱히 할 일은 없다. 미얀마 중앙은행의 현금 보유고가 바닥이라 지급할 돈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6일 프론티어 미얀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군부는 지난달 26일 시중은행에 “29일까지 복귀하지 않은 은행원들은 모두 해고하겠다”고 통지했다. “영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문제 은행들의 예금을 군 은행으로 이체할 것”이라고 으름장만 놨던 3월과 달리 이번엔 실행이 가능한 해고를 협박 무기로 내세웠다.
이에 시민불복종운동(CDM)의 구심점인 은행원들은 고심 끝에 직장으로 복귀해 군부의 해고 조치를 방어하면서도 전문성을 살려 현금 인출 대란 사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3일 3개월 만에 미얀마 은행이 문을 열었고, 현지 최대은행 KBZ도 약 80%의 직원이 복귀해 500여개 전국 지점 가운데 절반 가량이 영업을 재개했다. CB은행 등도 최대 도시 양곤을 시작으로 지점 운영을 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정상영업에 필요한 최소 자금을 지급해 달라는 시중은행 요청에 “상황이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쿠데타 직후 하루 최대 100만짯(80만원)이던 인출 가능액을 최근 20만짯(16만원)까지 줄였는데도, 현금 보유고가 여전히 바닥인 탓이다.
빗발치는 항의에도 중앙은행 측은 “신규 예금계좌를 만들면 인출 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 현지에선 새 통장 개설을 빌미로 민간 자본을 흡수하려는 꼼수란 비판이 무성하다. 시민들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오히려 쿠데타 직후 미얀마에 화폐 제지를 공급하던 독일 기업이 철수한 것을 두고 “화폐 생산조차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커지고 있다. 양곤의 한 은행원은 “군부가 모든 금융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조만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사회는 위기에 빠진 군부를 더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날 주요 7개국(G7)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물러나지 않으면 더 진전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국제 앰네스티 등 200개 인권단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얀마 무기금수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국민통합정부(NUG)도 학살 증거를 모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군부를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