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는 최근 음식물 재사용 식당들이 대거 발각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한 유명 식당에선 손님이 먹던 어묵 국물을 다시 육수통에 넣어 데워 냈다가 영업이 중단됐고, 먹다 남은 깍두기를 다른 손님상에 올렸다 호된 비난을 받은 돼지국밥집도 있었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2,520개 관내 식품접객업소들에 대한 음식 관련 기획 수사를 진행해 열흘 동안 무려 31곳을 적발했다. 이 중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식당이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쓰거나 수산물 원산지를 속이고, 더러운 환경에서 음식을 만든 업소도 있었다.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민감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깨끗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재탕'음식 대신 '방사능 오염' 음식을 마주한다면 어떨까.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이후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산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수산물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20~50대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63.2%가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했다. 10명 중 9명은 앞으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오염수 방출은 2년 뒤로 예상된 가운데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공포가 벌써 현실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부산과 속초, 창원, 목포 등 전국 9곳에서 어민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규탄했다. 이들은 어선을 동원해 해상시위를 벌이느라 일손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어민들은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손님에게 어떻게 팔 수 있느냐”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어업인이 많은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상경해 주한 일본대사관, 청와대, 국회 등을 돌아다니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5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을) 측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연례총회 의제를 사전에 논의하는 집행이사회에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의제로 다뤄줄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례총회에서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외교부는 지난달 국회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현황 보고’를 제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 WHO 등 다자외교 계기를 적극 활용해 일본 측 결정의 문제점을 공론화한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지켜볼 일이지만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을 듯 보인다.
적어도 2년 뒤쯤이면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까.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영업시간 제한도 사라질 날이 올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많은 사람이 식당에서 모일 것이다. 하지만 그날 식탁에 올라온 수산물을 보면서 ‘방사성물질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해야 한다면 지금 시끄러운 음식물 재사용 이슈는 그다지 큰 문제도 아닐 것이다.
정부는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세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관련 수산물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사후 조치도 중요하지만 앞서 해야 할 일들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