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성장하는 B마트…편의점, '배달 따라잡기' 성공할까

입력
2021.05.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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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마트 등장·배달 수요 폭증…고민 깊어진 편의점
자체 앱 개편하고 PB·단독상품 강화…배달 확대
편의점 '소매 유통' 사업 넘어…'라이프 플랫폼' 목표

소포장 식료품·생필품을 1시간 내로 배달하는 '퀵커머스'(퀵+커머스)가 편의점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 배달서비스가 편의점 수요를 대체하면서 부각된 분위기다. 지난해부터는 배달앱의 소매 유통 서비스 진출로 편의점 배달 매출까지 줄었다는 게 업계의 볼멘소리다.

아직까지 편의점 전체 매출에 끼친 영향은 미미하지만 B마트의 성장세와 소비자 구매행동 변화를 고려하면 안주할 수 없다는 게 편의점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편의점 업계에선 배달 서비스 지역 확대와 자체 응용소프트웨어(앱) 강화 등을 통해 유통구조의 전면 개편에 나섰다.


매장 운영 '성장 한계'…B마트와 '밥그릇 싸움'도

2019년 출범한 B마트는 32개 도심 물류센터에서 식료품, 가정간편식(HMR), 생필품 등 약 7,000여 가지 제품을 자체매입해 최장 1시간 내로 배달이 가능하다.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된 서비스이지만 밖에 나가지 않고도 편의점 취급 제품들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5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따르면 B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약 1억700만 유로(약 1,449억 원), 주문 건수는 1,000만 건에 달했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M&A)한 우아한형제들도 지난해 B마트 매출이 포함된 '상품매출' 부문이 전년 대비 약 328% 폭증한 2,187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요기요도 지난해 '요마트'라는 소매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 입장에선 부담이다. 대형마트 외에 경쟁 상대가 늘어난 셈이어서다. 편의점은 1인 가구를 상대로 1회 섭취가 가능한 소포장·소용량 제품을 주로 다뤄왔는데, B마트가 편의점 주력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면서 밥그릇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점포 포화로 국내 매출 증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B마트의 성장까지 맞물리면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단독상품·주류 앱 주문 강화…차별화 고심

편의점에선 배달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앱을 보강하고 있다. B마트와 달리 자체배송 인프라가 없다는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단독제품이나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내세우고, 사전 예약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는 식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앱으로 주류를 주문한 후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주류 예약 주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다른 온라인몰과 협업한 픽업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콜키지 프리'(와인을 음식점에 들고 가면, 음식점에서 와인잔 제공) 이벤트로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중이다. 온라인 구입이 제한적인 주류 특성상 접근성 좋고 매장 수령이 간편한 편의점이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유리하다.

다른 분야와 함께 배달 채널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톡, 네이버와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에도 입점하는 추세다. GS25는 지난해 요기요에 이어 카카오톡 주문하기에, CU는 네이버 배달 서비스에 각각 5,000여 개 매장이 입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매 유통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영역 구분없는 라이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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