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마라토너 오주환의 '한국인 아버지' 오창석 코치 별세

입력
2021.05.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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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33·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이 ‘한국 아버지’로 따르던 오창석 마라톤 국가대표 코치(백석대 교수)가 5일 별세했다. 향년 59세.

오 코치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오주한과 함께 케냐에서 훈련을 해왔다. 케냐 고지대는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이 훈련을 위해 찾는 전지훈련 장소다. 비자 연장을 위해 지난달 11일 귀국한 오 코치는 케냐에서 올림픽 훈련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가 격리 중 생긴 고열이 폐렴 증상으로 이어지며 지병이 악화됐다. 이후 병원에서 투병을 이어가다 끝내 눈을 감았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오 코치는 한국 마라톤의 재도약을 위해 힘쓴 지도자다. 1997년 국군체육부대 마라톤팀 감독으로 김이용, 제인모 등 마라토너를 육성했다. 2007년부터는 케냐 마라톤 유망주를 가르쳤고 이때 오주한과 인연을 맺었다.

오 코치의 도움으로 오주한은 2018년 9월 한국 국적을 얻었다. 육상계 내부의 반대에도 “한국 마라톤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 에루페의 귀화는 꼭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오주한은 ‘한국을 위해 달린다’라는 의미의 ‘주한’이란 이름을 지으며 오 코치의 성을 따랐다. 오주한에게 자신을 발굴해 훈련시키고 올림픽으로 이끈 오 코치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무명 시절 처음 내게 손을 내밀어준 분이 오 교수님이었다.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주고 가난에서 건져줬다”고 말했다.

오주한은 2019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 8분 42초에 완주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오 코치는 지난해 2월 백석대에 휴직계를 낸 뒤 케냐에서 오주한을 지도해 왔다. 오주한과 함께 올림픽을 꿈꿨고 한국 마라톤의 부흥을 그렸다. 오 코치는 “도쿄올림픽이 황영조와 이봉주가 구가했던 1990년대의 한국남자 마라톤 전성기를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하지만 오 코치는 오주한의 올림픽 무대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은 대회 마지막 날인 8월 8일 삿포로에서 열린다. 고인의 빈소는 충남 청양군 정산 미당장례식장에 마련했다. 발인은 7일 오전.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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