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8년 1월에 이어 또다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나선다. 생활자금을 고금리로 빌렸다가 이자 부담에 헐떡이는 사람을 줄이자는 '선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치 않고 최고금리 인하 자체에만 목적을 두면서, 선의의 피해자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미리 살피고, 이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24%인 법정 최고금리는 오는 7월 7일부터 20%로 낮아진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불과 4년 만에 약 8%포인트 떨어진다.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내려가면 208만 명이 연간 4,800억 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당위성 뒤엔 그늘도 적지 않다. 금융위는 법정 최고금리 20%를 적용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인원을 약 3만9,000명으로 예상했다. 가장 보수적인 추계다. 학계 전망은 최소 50만 명에 달한다. 저신용자 입장에선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착한 정책의 배신'인 셈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직격탄을 맞는 건 대부업체 주요 고객인 신용등급 7등급 이하다. 제도권의 끝단에 있는 대부업체가 손실을 우려해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금리 산정 방식을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대부업체 금리는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대손비용'과 저축은행·캐피털사에서 빌리는 '조달금리', 대출모집인 '중개 수수료' 등을 더해 산출한다. 이 중 조달금리와 중개 수수료 등은 사실상 고정비 성격으로 대부업체가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법정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는 금리 인하를 위해 대손비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신용자 대출은 부실 위험이 높아 대손비용을 낮추기도 어렵다.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아예 포기하는 이유다.
대부업계에서는 법정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저신용자가 제도권 밖으로 퇴출당하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심사는 까다로워진다"며 "신용도가 안 좋은 분들은 대출 낭인이 돼 가족,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불법사채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0%로 내려간 이후 발표된 통계들이 이를 입증한다.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2015년 21.2%에서 지난해 말 11.8%로 떨어졌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달 '저신용자 중 65.2%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적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사채로 밀려난 저신용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부업체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등의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취지는 좋으나 2018년 인하 이후 견디지 못하는 대부업체들이 있어 이번 인하 충격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 지원 등 대부업체 비용 감소를 통해 대출 공급을 늘리는 등 저신용자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