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미국인들은 어떻게 바이든을 사로잡았나

입력
2021.05.0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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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도 코로나 지원 통해 인도계 영향력 입증
"기부금 모금 등 오랜 시간 정치적 공 들인 결과"

“미국사회에서 인도계의 영향력을 입증한 사건이었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지옥’으로 변한 인도에 백신 등 각종 물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자 터져 나온 미국 조야의 반응이다. 자국 형편도 여유롭지 않고,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는 판국에 1,1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지원 결단을 내렸을 때에는 단순히 인도주의적 측면만 고려하지 않았을 거란 의미다. 미 언론은 400만 명이 넘는 인도계 미국인이 그간 워싱턴 정가에 쏟은 노력이 결실을 맺은, ‘정치적 승리’로 단언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간) “인도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귀를 사로잡았다”며 그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심각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지정학적 중요성도 있으나 그게 대통령을 움직인 전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선 인도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번영한 소수집단으로 꼽힌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밀란 바슈나브 남아시아 사업국장은 미 행정부가 지원책을 내놓기 전 48시간을 돌아보며 “인도계 미국인들은 이 시간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내고 기부금을 낸 정치인에게 연락했다”면서 “그러자 정부(의 지원 의지)가 0에서 60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28일 인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회분을 포함해 코로나19 치료 물품 1억 달러(1,130억 원)어치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연일 3,000명 넘게 코로나19로 숨지는 등 인도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긴 했지만, 지원을 요청한 국가가 한 둘이 아니었던 터라 이례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인도계 미국인들의 입김이 특히 민주당 안에서 강한 것도 장점이 됐다. 투표율이나 기부금 내역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대선에서 인도계 미국인의 65~70%가 바이든 후보를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거의 30년 만에 민주당으로 넘어간 조지아주(州)의 경우 인도계를 포함한 아시아계의 투표율 상승이 핵심 승리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지난 대선에서 한 단체가 인도계 미국인들로부터 3,000만 달러(340억 원)를 모금했는데, 대부분 민주당으로 갔다”고 전했다.

직접 일선 정치에 뛰어든 인도계 인사 대다수도 민주당 소속이다. 대표적으로 인도계 어머니를 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있고, 연방 하원의원으로 일하는 아미 베라ㆍ로 칸나ㆍ프라밀라 자야팔ㆍ라자 크리스나무디도 전부 당적이 민주당이다. 두말 할 필요 없이 이번 인도 구호를 공개적으로 촉구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정치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저 멀리 타국에서 고향을 도우려는 이민자들의 간절한 노력이 무색하게 이날 인도에선 또 35만5,000명이 코로나19에 새로 감염됐다. 누적 환자도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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