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무려 4만6,600여개 글을 쏟아내며 트위터를 호령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온라인 세계로 돌아온다. 올해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SNS)에서 줄줄이 퇴출당하자 아예 개인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 블로그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의 책상에서’. 첫 화면에 뜨는 홍보 영상은 이 블로그를 “침묵과 거짓의 시기에 안전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 묘사하며 “트럼프의 책상에서 그대로 온다”고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정치ㆍ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입이 무척이나 근질근질했던 모양이다. 블로그 개설 소식은 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을 통해 막 전해졌지만 게시물은 벌써 여러 개 올라와 있다. 공화당임에도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리즈 체니 상원의원과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을 비아냥거리는 글이 가장 최근에 게재됐고, 퇴임 후 발표한 개인 성명도 모아놨다. 지난해 대선이 사기ㆍ조작이었다는 주장도 어김없이 되풀이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페이스북의 영향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트럼프가 제한적으로나마 자신의 생각을 지지자들에게 직접 전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임고문 제이슨 밀러는 기존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블로그가 이전에 언급했던 그 소셜미디어는 아니다”라면서 “조만간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로그는 페이스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에 대한 처분을 내리기 하루 전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 감독이사회는 5일 감독위원회를 열고 지난 1월 내렸던 트럼프 계정 사용 금지 결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애용했고 팔로워만 8,800만명에 달했던 트위터에선 영원히 쫓겨난 상태다.
새 블로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방문자들이 댓글을 쓸 순 없다. 하지만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다 퍼나를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또 다시 소셜미디어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력을 선동하고 미화해 소셜미디어 운영 규칙을 위반했다는 게 계정 정지 이유였는데, 콘텐츠 공유 기능을 통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직ㆍ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위터 대변인은 “트위터 규칙을 위반하는 내용만 아니라면 콘텐츠 공유는 허용된다”면서도 “그 블로그에서 옮겨온 게시물이 트럼프 계정을 모방하거나 중단된 계정을 대체하려는 의도라면 규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매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