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취임 후 첫 만남을 가졌다. 4·7 재보선 이후 새롭게 짜인 여야의 원내 사령탑은 첫 만남인 만큼 껄끄러운 현안은 피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예술적인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여야는)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전차의 양 바퀴”라고 화답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백신 확보 및 주택난 해소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새 원내 지도부가 일단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들의 덕담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다. 당장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전날 “법사위원장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장물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윤 원내대표는 “유감스러운 표현을 쓰고 있다”며 "원 구성 재협상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만남에서 두 대표는 원 구성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칫 5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법사위원장이 전통적으로 야당 몫이었던 만큼 야당의 불만이 근거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끝났고 이 문제로 이미 상당한 정치적 논란과 진통을 겪었다. 새롭게 진용을 꾸린 여야가 시급한 민생 현안을 제쳐두고 다시 법사위원장 자리 논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두 사령탑의 향후 원내 전략이 내년 대선 민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이 또다시 일방적인 입법 독주 드라이브를 걸거나 야당이 명분 없는 발목잡기 행태를 보이면 대선에서 쓰라린 역풍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백신 및 부동산 등 민생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협력할 것은 최대한 협력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것이 민심을 얻는 지름길이다. 법사위원장 문제로 시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