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 고소 철회' 文, 실무진 보고받고 "감내하겠습니다"

입력
2021.05.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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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자신에 대한 모욕이 담긴 전단을 배포해 검찰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고 4일 지시했다. 최근 검찰 송치를 계기로 '어떻게 대통령이 국민을 고소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커진 이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관련 사안을 자세히 보고받았고, 4일 "제가 감내하겠습니다"라며 처벌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한 모욕죄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가 '해당 남성의 행위는 묵과할 수 없었던 일'이며 고소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던 것과는 다른 결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상황을 잘 몰랐다"며 "뒤늦게 논란이 되자 청와대 실무자들이 사실관계와 고소 진행 상황을 자세히 확인해 보고했고, 이후 문 대통령이 고소 취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을 고소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청와대 내부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봤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모욕죄를 삭제하는 입법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며 역풍이 인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다만 청와대는 '고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분명히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에 대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용인해 왔다"며 "이번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전단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적힌 일본 잡지가 인쇄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또 "앞으로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부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사한 사안에 대해서는 고소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됐다.

경찰은 지난 2019년 7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 등을 비방하는 내용의 전단 뭉치를 뿌린 30대 남성 A씨를 모욕 등 혐의로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청와대와 경찰은 고소인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친고죄인 모욕 혐의가 적시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측에서 고소장을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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