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중간 유통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선 약국 배송을 지연시키면서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SD바이오센서의 자가검사키트를 유통하는 지오영은 제품을 소량 주문한 약국에 대한 배송을 미루거나 약국에 불리한 반품 조건을 통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오영은 지난해 공적마스크 유통을 도맡아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오영은 지난달 29일 자가검사키트 출시를 앞두고 일선 약국으로부터 사전주문을 받으면서 '주문 순서대로 출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10세트 미만 구매 약국은 배송 순서가 후순위로 배정됐고 이 과정에서 사전 안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취재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피해 약국들은 지오영 측이 당초 약속한 날짜에 제품을 받지 못하거나 주문일이 비슷한 데도 다른 약국보다 제품을 늦게 받았다고 밝혔다.
지오영은 또 자가검사키트 유통 과정에서 반품 조건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약국에 '재판매가 불가능한 상품만 환불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가 이후 '주문 후 3개월이 지나면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재차 통보한 것이다.
약국업계에선 지오영이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보유한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자가검사키트 제품을 유통하는 경쟁사 한미약품의 경우 주문한 차례대로 제품을 배송하고 있고 반품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반품에 따른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제조업체 SD바이오센서 역시 반품 제한이나 차등 배송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SD바이오센서 관계자는 "라벨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유통업체를 통해 환불이 가능하다"며 "구매 수량이 적다고 배송을 늦게 하거나 반품을 거부한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지오영이 자사에 유리한 일방적 기준을 세워 약국에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의적인 배송 지연과 반품 제한은 고스란히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가까운 곳에서 키트를 사고 싶어도 해당 약국에서 수요를 감안해 소량을 주문했다면 구매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약국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반품 조건을 통지받으면 제품을 들여놓기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서울 종로구의 A약사는 "자가검사키트가 제때 오지 않아 돌려보낸 손님만 해도 여러 명"이라며 "약속한 대로 순차 배송을 하지 않아 키트를 찾는 손님들이 애꿎게 여러 약국을 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대문구의 B약사도 "(지오영이 안내한)배송 예정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입고가 계속 늦어지고 있어 손님들에게 정확한 판매 일정도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오영은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부득이하게 배송에 차등을 둘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SD바이오센서의 자가검사키트는 10개 세트가 한 묶음인데, 이를 작은 단위로 나눠 판매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오영 관계자는 "예상보다 주문 수량이 많아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며 "공급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의도치 않게 불편을 끼쳤다"고 사과했다. 다만 반품 제한 조건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키트에 대한 반품 규정이 아직 정식으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