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영기업, 대형화물기 개조기지로 인천공항 택했다

입력
2021.05.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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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77-300ER 여객기→화물기 개조 첫 해외거점
이스라엘 IAI와 국내 샤프테크닉스케이가 합작법인
화물기 시장 급성장...2040년까지 1조원 상당 수출

인천국제공항에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B777-300ER 개조기지가 둥지를 튼다. 세계적인 개조화물기(Converted Freighter) 전문기업 IAI의 첫 대형화물기 해외 거점이다. 인천공항이 국내 항공정비(MRO) 기업과 손잡고 중국 인도 멕시코 등 해외 유력 후보지와의 경합 끝에 따낸 쾌거다. 오는 2040년까지 B777-300ER 화물기 개조를 통한 수출액은 1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1조원 수출 기지 인천공항 유치 성공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이스라엘 국영기업 IAI의 요세프 멜라메드(Yosef Melamed) 대표, 국내 항공MRO 전문기업 샤프테크닉스케이(STK) 백순석 사장은 4일 오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인천공항 화물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아키바 토르(Akiva Tor) 주한 이스라엘 대사도 참석했다.

합의각서 체결로 각 사는 인천공항이 조성하는 MRO클러스터에 B777-3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전용시설을 구축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부지조성 및 격납고 건설 등 원활한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고, IAI와 STK는 합작법인 설립 및 기술이전을 통해 화물기 개조사업을 진행한다. 초도물량 생산시기는 오는 2024년이다. 이후 양사는 대형 화물기 중정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개조가 완료된 화물기는 DHL과 페덱스, UPS, 아마존 에어 등 항공 특송사에 전량수출 예정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40년까지 누적 수출액이 약 1조 원, 고용인원은 2,1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항공MRO 산업 중 가장 높은 단계의 화물기 개조기술이 국내 기업 STK에 이전돼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기가 될 뿐 아니라 항공부품제조를 담당하는 경남 사천시 등의 제조업체들과의 상생발전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항공부품제조는 화물기 개조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IAI의 대형 개조화물기 첫 해외 생산기지가 국내 항공MRO 산업과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MRO 산업 도약 전기

IAI는 제작사인 미국의 보잉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B777-3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중국 톈진에서는 소형기종(B737), 멕시코에선 중형기종(B767)을 화물기로 개조하고 있다. 대형기는 이스라엘에서만 개조했지만 최근 이스라엘 현지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규 개조시설 구축을 위해 인천공항을 포함해 중국 멕시코 인도 등에서 후보지를 물색했다.

최종적으로 인천공항을 선택한 건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인프라와 항공기 부품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천공항의 항공 물동량이 세계 3위란 것도 고려 요소로 알려졌다. 합의각서 체결식에서 요세프 멜라메드 IAI 대표는 “B777 개조시장은 향후 2035년까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정부 및 인천공항공사와 함께 추가 MRO사업 기회 타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지난해 글로벌 항공화물 매출액은 1,108억 달러(약 112조 원)로 2019년 대비 24.5%가량 증가했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4.5%나 늘어나 역대 최고인 1,380억 달러로 예측된다. 전 세계 항공화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화물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신규 화물기 발주보다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개조를 통해 빠른 공급이 가능한 개조화물기가 인기다. IAI도 앞으로 20년간 화물기 수요의 60% 이상을 개조화물기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천국제공항 MRO클러스터는 전 세계 항공시장에서 안정적인 화물기 개조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왜 B777-300ER 개조 화물기인가

인천공항 MRO클러스터에서 화물기로 거듭날 기종은 B777-300ER이다. 2003년부터 보잉이 생산 중인 B777-300ER는 약 5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장거리용 대형 기종이다. 보잉 여객기 중 가장 큰 B747보다는 동체가 조금 작지만 엔진이 두 개인 게 장점이다. 엔진이 네 개인 B747에 비해 유지비용이 적게 들지만 수송 능력 및 항속거리(Range)는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B777-300ER는 기령 15년 이상의 노후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 화물기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급이 가능한 기종이기도 하다. 보잉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B777-300ER 신규 여객기는 총 822대가 인도됐다. 2024년이 되면 기령 15년 이상 노후기는 221대로 늘어난다. 개조를 했을 때 경제성에서 가장 앞서는 데다 수량도 풍부하다는 얘기다. 멜라메드 IAI 대표는 “항공 특송사들은 수송 능력이 뛰어난 보잉 기종을 에어버스보다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B777-300ER를 화물기로 개조하려면 전체를 분해해 수리한 뒤 재조립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와 STK는 한 대 작업에 대략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개조시설 용량은 동시 두 대 작업이 가능해 연간 약 6대의 B777-300ER가 화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수리와 부품생산, 개조 등 전 공정을 감안했을 때 대당 생산효과는 1,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백순석 STK 사장은 “화물기 개조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높은 기술력, 국제적 인증, 숙련된 항공정비인력 등이 요구돼 이번 협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비록 STK가 민간기업이지만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과 국익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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